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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내 자신

☞시(詩)·좋은글/감동어린 글

by 산과벗 2006. 11. 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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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내 자신 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결혼을 위해 서로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남녀입니다. 그 사람과 교제를 시작하던 무렵, 저랑 사귀는 걸 저희 엄마께 들켰고 곧은 성품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또 저와 저희 가족을 위해주는 마음씨에 저희 엄마께서도 교제를 승낙하셨죠. 그 사람이 저희 엄마를 찾아뵌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생전 딱 한번 뵈었지만 제일 예뻐하시는 손자이니만큼 저를 "손자며느리, 손자며느리" 하시며 예뻐하셨기에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아버님과 어머님을 처음 뵈었고, 그 사람이 왜 여태껏 부모님을 제게 소개시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소아마비, 어머님은 중풍에 치매... 자신의 부모님이 부끄러웠던 것입니다. 다리에 근육이 없고 짧아져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아버지와 치매로 인해 초등학생보다 더 낮은 지능의 어머니.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나쁜 여자로 보여?" 했지만 내심 실망스럽고 또 앞으로 고생할 제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렇게 첫 대면 후 자주 아버님과 어머님을 찾아뵈었지만 잘해드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식보다 더 귀한 공주 대접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분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신 아버님은 말씀이 참 없는 분이신데 그날따라 제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름아, 아버지가 못나서 참 실망 많았지?" 그 말에 전 그냥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아버님은 당신 자신이 부족해서 아들까지 낮아져 보일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자신 때문에 헤어지지 말라 하시더군요. 외동아들이 결혼할 여자라고 저를 데려왔을 때 그 자리에 계신 큰아버님이나 작은아버님을 아버님이라고 하고 결혼할 때까지 속이려고까지 하셨답니다. 그리고 제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상견례 할 때나 결혼할 때 부모님 석엔 큰아버님이 앉으실 게다." 눈물을 글썽이는 아버님을 보며,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장애는 그저 몸이 불편한 것뿐, 저와 다를 리가 없는데 창피함과 속상함에 저도 그냥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려 노력중이구요. 또한 제 친구들이 제 남자친구와 아버님을 불쌍히 여길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더 불쌍해 보인다며 웃으며 자리를 박차기도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아니, 아빠, 엄마. 항상 건강하시고요. 며느리이자 딸인 제가 항상 두 분을 제 부모님처럼 모시겠습니다. 낯간지럽지만, 이제야 솔직히 말할 수 있겠네요. 두 분을 정말 사랑하고, 감사드립니다. 착한 아들을 제게 주셔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 한아름 -
        사랑은 어떤 허물도 덮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면 더욱 견고하고 튼실하겠지요.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실 거예요. 아름님의 빛나는 사랑 덕분에요. - 남은 날 더 힘껏 사랑하세요. - 배경음악 : 임형주 - 월량대표아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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