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버지가 입대하는 아들에게 보낸 글
미안하다 아들아!
26살에 너를 얻어 기쁨과 설렘으로 키워오면서
무뚝뚝함과 차가움으로 서운함을 안겨주기도 했던 큰 아들.
그런 너의 태도가 아빠로 인해 생긴 보이지 않은 높디높은
담 때문임을, 집에서만 표현을 하지 못했던 것임을 알았을 때
안도감에 기쁘기도 하였고 또 한편으론 놀라기도 했었다.
너를 가장 잘 안다고 자신했던 이 아빠가 너의 아주
일부분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아빠의 외고집으로 인하여 너에게 상처를 줬구나.
마음 열 곳이 줄어든 넌 또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러나 아들아!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도, 커가면서 재롱부릴 때도,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도, 어릴 적 여자친구를 데려
왔을 때에도, 어려운 살림에도 공부하여 대학에
척 합격하여 주었을 때도 이 아빠는 한없이 기뻤고
또 내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단다.
아빠가 힘들었던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단다. 부모로서 자식을 잘 기르고 잘 가르치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기에 아빠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이지만 너에게 더 많은 것을 해 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구나.
아들아!
지난 반년동안 무척 힘들었지?
이 아빠도 너무도 힘들었단다.
너희들에게 아침에 출근하는 보통의 아버지 모습,
돈 벌어오는 아버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 아빠는 그 아무것도 해 주질 못했다.
너에게 용돈 한번 넉넉히 건네주지 못했던 것이
너무도 미안하고 후회스럽구나.
그래서 더욱더 힘들었고 그럴 때마다 불러보고 싶었던
그 이름은 바로 '아버지'였단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분이시지만 이 가슴속에
살아계신 그 분의 든든한 가슴은 잊을 수가 없구나.
이 못난 아빠도 너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