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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忍冬草)

☞꽃·야생화·꽃말/꽃·야생화 모음

by 산과벗 2007. 5.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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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가 익을 무렵이면 인동꽃은 어김없이 피었다.

많은 동생을 두었던 나는 어렸을 때 보리 베는 밭으로 가서

어머님이 젖먹인 애기를 돌보아야만 했다.


젖을 실컷 먹이고 나면 기저귀를 갈고

애기구덕에 뉘어 노래를 부르며 잘 재우고 난 다음

살금살금 빠져나와 인동꽃을 땄다.


먼저 당일바리 하얀꽃을 따서 이빨로 꼭지를 따고

쪽 빨면 달콤하고 향긋한 꿀이 입안을 화하게 했다.

한 근을 따려면 얼마나 많은 양을 따야 했던가?


5. 16 이후 쇠돈이 처음 나왔을 때 황금빛이 도는

10환짜리 동전을 손에 넣으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그 기쁨으로 모두 성불하소서!

 

 

♧ 인동덩굴은

 

인동과(忍冬科)에 속하는 반상록 덩굴성 관목으로

인동덩굴, 인동넝쿨, 능박나무, 겨우살이덩굴, 금은화(金銀花)라고도 하며

줄기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 길이가 3m에 이르고,

어린가지는 적갈색으로 털이 있으며 속이 비어 있다.


잎은 넓은 피침형 또는 난형으로 마주나며, 끝은 둔하다.

길이 3~8㎝, 너비 1~3㎝이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6~7월경 잎겨드랑이에 1~2개씩 피며,

꽃잎은 길이 3~4㎝로 처음에는 흰색이지만 곧 노란색으로 변한다.


꽃잎의 끝은 5개로 갈라지며 그중 1개가 깊게 갈라져 뒤로 말린다.

꽃잎 안쪽에는 굽은 털이 있고,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9~10월에 까맣게 익는데 지름은 7~8㎜이다.

꽃을 따서 빨면 꿀이 나와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민간에서는 잎과 꽃을 이뇨제, 해독제, 건위제, 해열제,

소염제, 지혈제로 쓰며 구토, 감기, 임질, 관절통 등에 사용한다.

또한 인동주(忍冬酒)를 담그기도 하는데

주요성분으로 루테올린 이노시톨과 타닌 성분이 있다. (李相泰 글)

 

 

♧ 인동초 - 김용락


녹색평론 독자모임 겨울 산행을 대구 인근의

비슬산에서 가졌다

겨울비 속에서 단청이 바랜 용천사 뒤뜰을 지나

산 초입에 이르자 부도탑들이 큰 반점처럼

산허리 여기저기에 박혀있었다

영생의 징표 같은 그 돌덩어리를 그냥 지나쳐

좁은 산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사람의 손이 채 닿지 않은 돌배와 다래를

따 주머니에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다시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걸어 올랐다

누군가 인생이란 길이 없는 숲*이라고 했지만

길이 가파르고 산바람 세차질수록

나에게는 인생이란 출구 없는 욕망의 늪처럼 느껴졌다

흐린 겨울 하늘이 산골짝 깊숙이 가라앉은

그날 빗속에 전신을 맡기고

떨고 있는 풀 한포기를 보았다

마치 추위에 질린 듯 파란 얼굴색을 하고 있는

그 풀잎 이름이 인동초였다는 것을

산을 다 내려온 후 나는 알았다

인동초처럼 세월을 버팅겨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나는 알았다


*로버트 프루스트의 <자작나무>중 한구절

 

 

♧ 인동초 - 곽병술 

 

샛노란 꽃대궁에

분홍치마 저고리 날리며

넌지시 봄을 손짓하는

네 마음 곱기도 하구나


오늘을 꽃피우기 위해

매서운 설한풍에 얼마나 시달려

심장도 얼었을 터인데

인고의 보람 있어

순정의 꽃 곱기도 하다.


보슬비에 촉촉이 젖는 네 모습에

오가는 사람들 정겹고

검던 하늘도 환히 밝아진다.


 

♧ 그대 인동초(忍冬草) - 반기룡


비바람 몰아치고

세찬 눈이 난무해도

굳건한 뿌리 내려

암흑의 땅을 지킨 건장한 파수꾼

갈대처럼 흔들리지 않고

낙엽처럼 쉬이 구르지도 않으며

수많은 언어와  언어를 뚝심으로

견뎌온 강직과 정의의 사도


그대가 있었기에 살맛이 났었습니다

그대가 있었기에 기쁨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축 쳐질 어깨도

더 이상 기죽을 일도 없는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그대는

올 때와 갈 때를 아는 멋진 사람입니다


멋을 알기에 돌아서는 뒷모습은

더욱 광채가 납니다

모진 추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꼿꼿한 절개와 강인함의 상징이여

용솟음치는 생명의 원동력이여

그 이름 인동초이어라

 

 

♧ 인동초에 꽃이 피던 날 - 박우복


쭈욱 늘어진 하지(夏至)의 햇살 받으며

모내기 하는 엄마를 찾아

어린 동생 등에 업고

젖먹이 길을 나설 때


보채는 동생의 울음 따라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젖어

산모퉁이 외딴 집

돌담 그늘에서 식힐 때


짙은 꽃향기는 빈 가슴을 채우는데

금꽃은 따서 동생 입 속에 넣어주고

은꽃은 따서 내 입에 넣고

허기진 세월을 메꾸는 시간


두 눈에서 뚝 뚝 떨어지던

금빛 향기

은빛 향기


지금도 인동초가 꽃을 피우면

젖내음에 찌들어 있는

어린 동생의 울음소리 따라

허기진 또 하나의 내가

유월의 하늘을 멍하게 바라본다.

 

 

♧ 인동꽃 긴 기다림 - 근암(槿岩) / 유응교


가녀리고

연약한 저를 보시면

제가

그 모질게 추운 겨울 찬바람과

눈보라를 이기고

마침내 찬란한 태양아래

자태를 드러내리라고는

믿지 않으셨죠?


참고 또 참는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백번이고 참는 자만이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건

저를 보시면 잘 아실 거 에요.


자유를 억압하는

핍박 속에서도

저처럼 참고

그 고난과 싸워 이기신다면

언젠가는

밝은 내일이

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는

그 아름다운 희망 하나

언제나 가슴에 간직하세요.

비록 오늘 고통이 있을지라도….

 

 

♬ 중생의 마음 - 지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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