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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버려진 어머니의 일기

☞시(詩)·좋은글/감동어린 글

by 산과벗 2007. 7. 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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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버려진 어머니의 일기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편안함과 쉼이 있는 공간


      출처 :평화&쉼 원문보기 글쓴이 :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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