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꽃...
어릴 때,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때,
학교 앞에는 아이들에게 칡뿌리를 잘라 파는 장수가 있었다.
1957년, 58년 국민(초등)학교 1, 2학년 시절, 동전이 아직 없었던 시절,
어쩌다 명절 때 세뱃돈, 용돈으로 받아 아끼고 아끼던 10환 짜리 지폐 한 장 내면
칡장수는 능숙한 솜씨로 칡 몇 조각을 아주 잘 드는 칼로 잘라주곤 했다.
버스 차장이 어리다고, 작다고 차비도 받지 않을 시절, 그래서 남긴 그 10환 지폐
한 장과 맞바꾼 칡 몇조각...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으면 그 씁스리하면서 달콤한 칡즙이 입안에 가득...
단물이 빠지면 뱉고...
칡 몇 조각이면 하루가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롯데껌도,해태껌도 없었던 시절...
질긴 칡은 인기가 없고
달면서도 부드럽게, 쉽게, 그리고 잘게 부스러지던 칡이 인기가 더 있었다.
산이 벌거벗어서 그나마 깊은 산에나 가야 있었던 칡넝쿨...
도시라도 변두리는 지금의 시골보다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 못생긴, 길죽한 칡뿌리 덩어리...
어디서 캐오는 지도 모르는 칡뿌리 덩어리를 리어카 좌판에다 몇 뿌리 싣고 오는,
하루의 삶을 칡 몇 뿌리에 맡긴 칡장수 아저씨...
그 못생긴, 흙이 덮인 넝쿨의 뿌리 덩어리...
그런데 칡꽃이 이렇게 예쁜 꽃인지는 몇십 년 동안 사실 난 몰랐다.
향기가 이렇게 짙은 꽃인지도 사실 전혀 몰랐다.
조금만 나가도, 아니 집 뒷산에만 가도 온 천지가 칡넝쿨이고,
천지를 진동하는 향기의 근원도 칡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도회의 삶 때문인가. 아니 도회라고도 할 수 없는 곳으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어찌 그렇게 까맣게 모를 수 있었을까?
여름이면 그 시원, 새콤한 육수의 칡국수를 즐겨 먹었으면서도 어찌 여태
그걸 몰랐을까?
뒤늦게 본 칡꽃과 그 향기에 반해서 몇 장의 사진을 올려본다...
출처 :옛정자 그늘... 원문보기 글쓴이 : 파빌리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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