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성 제 1망루와 남문사이 남쪽으로 하나의 긴 지맥이 흘러내린다. 이 지맥이 만덕동을
내려보는 위치에서 갑자기 급경사를 이루며 직벽의 암석군을 빚어놓았다. 그 모양이 병풍과 같다고 하여 이를 <병품암>이라
한다. 이 병풍암 아래에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조각으로 이어 붙인 듯한 사찰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자연 암석들 사이에
세운 당우의 모습이나 지하와 지상으로 연결된 그 출입구도 여느 사찰에선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무엇보다 그 높이가 무려 40m와
20m 가량되는 직벽의 암석을 깎아 여러 불상들을 조각해 놓은 것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들 석불들은 규모도
크지만, 정교하게 새긴 그 예술성 또한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병풍암에다 많은 석불을 새겨두었다고 하여 일명
<병풍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석불사는 금정산의 다른 사찰들과는 달리 창건 역사가 아주 짧다. 일제시대인
1930년에 조일현(曺一鉉)스님이 창건했는데, 그가 주지로 있는 동안 계속 암벽에 석불을 조성해 왔다. 석불사는 무엇보다 수십 길
절벽을 이룬 병풍암에 정교하게 새긴 불상의 아름다움이 돋보여 현대의 불상 조각기법이 신라나 고려의 조각술에 크게 뒤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석불 가운데는 미륵불의 정교함이 단연 으뜸으로, 이들 석불들은 사찰이 세워진 그 자리에 있는 암석에 그대로
새긴 것이므로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이것은 곧 화강암을 보석처럼 풍부하게 지닌 금정산의 한 특징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병풍암 석불사는 불과 65년의 짧은 연륜을 지닌 작은 규모의 사찰이다. 그러나 이 사찰은 금정산 명당에 터를
잡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독창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병풍암 석불사의
석불들은 그 자체만으로 현대 불교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곳의 석불들은 세월이 흐르면 문화재적인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정산 병풍암아래 자리잡은 석불사의 모습이 너무도 장엄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속어 오래동안
깊이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