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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겨울 제주바다의 풍광

☞멋진 자연·풍경/바다·해변의 풍경

by 산과벗 2006. 2. 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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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따스한 남쪽나라 제주에 눈이 내립니다. 지금도 눈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그 언젠가 눈 쌓인 바닷가를 찍은 사진을 본 이후 나에게도 언젠가 그런 풍광을 담을 수 있는 행운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동안 제주에 발을 붙이고 살아온 정성을 보았는지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다가왔습니다. 나에게 다가온 행운 같은 제주의 눈 쌓인 겨울바다, 마치 포말이 모래사장을 기습한 듯한 겨울바다와 눈 속 제주의 풍광을 소개합니다.

▲ 종달리 해안가
ⓒ2005 김민수
종달리 해안가에서 바라본 방파제 너머의 우도입니다. 하얗게 모래사장을 덮고 있는 눈과 잔잔한 바다와 방파제의 등대와 섬에서 바라보는 작은 섬 우도, 칼바람 속에서도 바다가 이렇게 잔잔한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바다가 잔잔한 이유, 모처럼 모래사장에 쌓인 눈이 파도에 지워질까 잔잔한 것만 같습니다. 아주 오래 눈을 바라보려고 바다가 잔뜩 힘을 주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 저 멀리 식산봉이 보인다.
ⓒ2005 김민수
저 멀리 식산봉이 보이고 파도가 드나든 흔적이 있는 곳에는 모래가 드러나 있습니다. 바닷가 해안은 곡선의 미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냇물과 강물의 물줄기가 구불구불하듯 그들의 마음을 담은 바다 역시도 곡선의 미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곡선, 그 부드러움의 미학은 직선문화에 찌들려 날카롭기만 하던 마음을 부드럽게 합니다.

▲ 종달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두산봉
ⓒ2005 김민수
두산봉도 하얀 눈을 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돌아오면 오름에 눈썰매를 타러 가자고 다짐을 합니다. 눈이 오면 동네 개구쟁이들 모여 두산봉으로 눈썰매를 타러 가곤 했다던 촌로의 말을 들을 적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눈이 와도 학원에 가느라 그곳에 갈 생각도 못한다고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에서 향수에 젖은 눈을 보았습니다. 기습을 받은 감자밭. 올해 가격이 폭락하여 농민들을 울리는 감자밭도 눈 속에서 그 설움을 감추고 싶은가 봅니다.

▲ 우도
ⓒ2005 김민수
정갈하게 쌓여진 해안가 돌담에 쌓여 있는 눈은 제주의 바람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줍니다.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법 없이 바람을 타고 옆으로, 아래서 위로 솟구쳐 오르듯 옵니다. 그러니 제주의 눈은 옆으로 쌓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돌담과 바다와 소를 닮은 섬 우도에 하얀 눈이 살짝 곁들여져 이색적인 풍광을 만들어냅니다.

▲ 광치기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2005 김민수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에 섰습니다. 내가 고대하고 바라던 그 바닷가의 모습이 전개되었습니다.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심해서 담고 싶은 대로 담지는 못했지만 그 곳에 내가 있었다는 것, 그 순간 그곳에 서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눈 쌓인 겨울바다는 마음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 저 멀리 신양리가 보인다.
ⓒ2005 김민수
멀리 신양쪽을 바라봅니다. 눈발이 날려 섭지코지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저기 저 하늘과 맞닿은 그곳에 섭지코지 등대가 있을 것입니다. 갈매기 두어 마리가 바람을 타고 놀고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을 타고 있는 갈매기, 그들도 눈구경을 나왔나 봅니다.

▲ 눈발과 해무에 성산일출봉이 희미해지고
ⓒ2005 김민수
순식간에 눈앞에 보이던 성산일출봉이 눈발에 가려졌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다 사라졌다 다시 보이기를 반복합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요, 흐리게 보인다고 그 존재 자체가 흐려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고
ⓒ2005 김민수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성산일출봉이 고맙기만 합니다. 아직 마음에 흡족한 사진을 담지 못했고, 눈발이 날려 더 이상 방수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닐 수도 없습니다. 손도 곱고 바쁜 마음에 대충 입고 나온 옷으로 인해 바람이 몸 안으로 파고 들어옵니다.

▲ 갈매기들도 날개짓을 접고
ⓒ2005 김민수
갈매기들이 갯바위에 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바람소리 때문인지 불청객이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이라면 갈매기들의 날개도 곱아서 날개를 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연은 인간처럼 옷 하나 걸치지 않고 겨울을 납니다. 그래도 하늘을 나는 새가 들에 핀 꽃들은 절망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놓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입니다.

▲ 제주의 눈은 이렇게 옆으로 쌓인다.
ⓒ2005 김민수
돌담너머 당근밭도 오는 눈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자도 올해는 천덕꾸러기지만 당근 역시도 천덕꾸러기입니다. 언제까지 농사를 도박하듯 지어야 하는 것인지, 가격폭락의 책임을 농민들에게만 전가시킬 것인지 답답합니다. 그들은 농사를 지어 떼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비료값과 인건비만 건져도 웃음 짓는 이들이 이 땅의 농민들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보장해 주지 못하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만세를 불러야 할까요?

지금도 눈발이 날리며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주 잠시라도 더러운 것들, 근심과 걱정,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을 하얀 눈으로 덮어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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