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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를 빨아쓰려 한 사연은

☞옛날·풍속·풍물/북한풍경·사진

by 산과벗 2006. 2. 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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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 금강산 관광객을 안내하는 일을 하는 현대아산의 관광조장 L양은 어느날 잘 알고 지내던 북한측 여성 안내원 영실이로부터 뜻 밖의 얘기를 듣게됩니다.
평소 동생처럼 여기던 영실이가 금강산 관폭정 앞에서 갑자기 "언니 왜 쓰지도 못할 물건을 주고 그럽네까"라고 눈을 흘겼습니다. 뭔가 서운한 일이 있었던 듯 자신에게 따져 묻는 영실이의 표정에는 약간의 원망스런 기운도 있었습니다.
찬찬히 영실이의 얘기를 들은 L양은 웃음을 참느라 이를 악물어야 했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일주일 전 관광안내에 투입됐던 L양은 영실이에게 남한에서 가져간 일회용 생리대 한 장을 슬쩍 건내주었습니다.   '마술'에 걸린 북한 여성 안내원들이 뒷처리에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북한 안내원들은 실제 관광안내 등을 맡지는 않습니다. 남한 관광객들의 자유스러움에 접할 경우 발생할 문제 때문에 그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아 남측 관광조장들이 안내를 대신합니다. 북측 안내원들은 '환경 감시원'이란 이름으로 관광코스 곳곳에 배치돼 꽁초를 버리거나 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하루 종일 산 속에서 한 자리에 서서 있는 그녀들에게 마술은 골치아픈 일입니다. 더구나 코스 중간에 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니까요.
L양은 그저 일회용 생리대를 주면 도움이 될까해서 건네 준 거죠. 그러면서 접착테잎을 어떻게 제거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면 되지는지를 간단히 귀띔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왜 영실이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 뒤 '고객만족'이 되지 않았을까요?

영실이는 예상 밖의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언니 한 번 빨았더니 뻑뻑해져서 도무지 다시 쓸 수 없게 되버리는 걸 어쩌란 겁니까."
아뿔싸!! 그랬던 겁니다.
북한에서는 옛날 우리 할머님이나 어머님들이 그랬듯이 광목천을 몇 겹 접어서 처리한 뒤 다시 이를 몇 번이고 빨아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던 거죠. 영실이가 그만 일회용 생리대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물에 빨아서 다시 쓰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L양은 영실이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번 금강산에 갈 때는 배낭 속에 일회용 패드 한 박스를 넣어가 건네 주었습니다.
이후 금강산의 북한 여성 안내원들 사이에서는 남한 일회용 생리대의 편리함이 입소문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더 많은 글은 이영종 기자의 조인스블로그(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ja0813)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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