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기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싸움터에 나갔다가 무릎을 다쳐서 돌아온 후부터 줄곧 종을 지키며, 하루에 세 번(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
때를 맞춰 종을 쳤습니다.
어찌나 그 시간이 정확했던지, 마을 사람들은 이 종소리에 따라 성문을 열고 닫았을 뿐 아니라, 식사나
모든 일까지도 거기에 맞춰서 해냈습니다.
그 노인에게는 가족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다만 이 종에게 그의 사랑을 몽땅
쏟았습니다. "착하구나. 그래 더 크게 울어!" 그는 종을 칠 때마다, 아들이나 손자를 대하듯 중얼거렸습니다. 그에게는 이 종이야말로
그의 가 족이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새로운 원님이 왔는데, 그는 종소리를
무척이나 싫어해서 종치는 일 을 그만두도록 명령했습니다.
종지기 노인은 슬펐습니다. 종을 치지 못한다면 세상을 살아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높은 종각 위에서 몸을 던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언제부터인가 풀이 돋아 꽃을 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