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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시(詩)·좋은글/영상·낭송 詩

by 산과벗 2006. 9. 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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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 박 광 호


하루일 마치고
어두워 접어든 골목길
가로등 하나 나를 반기고

껍질을 벗으며 살아가는 날들이
낙엽처럼 쌓이는 날에
뜨겁게 살던 삶의 잔영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골목길 따라
발길은 들국화를 찾아간다

주점의 이름처럼
사연 깊은 여인
매운 세정에 향기 잃지 않으려
온갖 유혹과 횡포를 눈물로 가시며
오상고절(傲霜孤節)
올곧은 의지로 꿋꿋이 살아가는 여인

돈 욕심은 없다며
그저 밥 먹고 살면 되고
오가는 나그네
쉬어가는 자리지킴으로
만족한다는 그 말
잡초에 가린
진주알 같은 여인의 입에서
가끔은 시가 흘러나온다.

일에 지친 낮과는 달리
다른 맛의 세월을 열어가는
들국화의 밤
머나먼 인생 여정의 간이역인 양
드리운 담배연기 속에
도란거리는 속삭임들로
서서히 가을 밤은 깊어져 가고
상기된 시선들은 들국화를 바라보며
우아한 그 향기에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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