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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에 공개된 경북궁 후원

☞여행·가볼만한 곳/국내·문화.유적

by 산과벗 2006. 10. 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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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에 공개된 경북궁 후원 >


지난 28년 굳게 닫혀 있던 왕궁의 뒷뜰이 활짝 열렸다. 
역사의 숨결과 자연의 생명을 고이 담고 있었던 창덕궁 후원(後苑)의 비공개 지역 일부가 
비로소 5월 1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창덕궁 후원은 비원이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제가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 조선시대에는 후원이라는 명칭 이외에 궁궐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원’(北苑), ‘금원’(禁苑)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후원은 조선조 16대 인조 때에 이르러 형성됐다.

이후 숙종, 영조, 정조를 거치며 후원은 계속 개보수됐다. 창덕궁 후원은 임금을 비롯한 왕족들이 산책하고 사색하며 노닐던 곳이다. 연산군은 이곳에서 궁녀들과 노닐며 짐승을 길러 사냥을 했고, 순조는 사대부의 생활을 알고 싶어서 양반집을 본따 연경당을 세우기도 했다. 창덕궁 후원은 인공적인 정교함이 깃든 다른 나라 정원과는 달리 자연미가 돋보인다. 오목 한 곳 물이 모이면 연못이 들어섰고, 지형을 따라 자연과 동화될 만한 곳에 정자가 우뚝 섰다. 자연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살려 뜰을 꾸몄다. 이번에 공개된 뜨락은 전형적인 한국식 정원의 풍취가 넘쳐 흐른다.

"약수 한 잔 드시지요" 임금님이 마시던 물 ‘어정’ 아래로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바가지가 준비돼 있다. 어정은 인조 때 옥류천을 만들면서 샘을 팠다. 후원 내에 있는 많은 샘물 중에 가장 좋은 약수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종로구 보건 당국 검사 결과 음용수로 판정돼 마음껏 마셔도 된다. 옥류천 주변에는 취한정,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농산정의 5개 정자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흐르는 술잔의 운치" 술잔을 물에 띄우는 운치는 경주 포석정에만 있지 않았다. 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 보내 잔이 닿는 곳의 사람이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은 옥류천에서도 이뤄졌다.

인조가 만든 이 옥류천 주위는 창덕궁 후원의 가장 깊은 곳으로 어정과 정자, 수림이 조화를 이뤄 ‘우주’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에 빠진 태극정"

옥류천을 흐르는 물은 청의정과 태극정 사이를 타고 내려와 소요암의 홈을 따라 감돌다가 소요정 앞에서 가느다란 폭포수를 만들기도 한다. 소요암(왼쪽)에 새겨진 ‘옥류천’이라는 글씨는 인조의 글씨다.

"소요정과 농산정"

마치 우주의 중심에 자리잡은 듯 소요정이 옥류천의 가운데에 서서 주변의 적요를 아우르고 있다. 오른 편에 보이는 농산정은 정조 임금이 재위 시 이곳에서 세 차례나 잠을 청했다고 전해진다.

"태극정과 청의정" 태극정은 ‘태극이 있은 뒤에야 음양과 오행이 있다는 뜻으로 세상 만물이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뜻으로 지은 정자다. 이 태극정을 읊은 시로는 정조의 ‘태극정시’, 숙종의 ‘상림삼정기’가 전해지고 있다. 청의정 앞 공터에서 임금은 해마다 직접 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한 해가 저물고 추수에서 나온 짚으로 지붕을 다시 만들곤 했다고 알려져 있다.

"취규정" 임금은 옥류천에서 나오며 취한정에서 잠시 약수를 마신 숨을 돌린 후 취규정까지 올랐다. 취규정과 취한정은 임금의 휴식과 독서의 장소로 사용됐다.

"살아있는 숲" 이번에 공개된 지역은 보존이 잘 돼 있는 편이어서 쉽게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옥류천 주변 능선은 제법 산 속 같다. 하지만 하루에 150여명씩 입장객이 이어질 경우 특별관람코스 내에서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보인다. 사진은 나무 줄기를 붙잡고 있는 청솔모.

"관람정은 유람선?" 비공개 지역 투어 코스에서 처음 만나는 관람정은 반도지에 기둥을 푸욱 담그고 있다. 이 정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부채꼴 형태다. 그 이유로 일본식 정자구조의 영향을 받았다는 학계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남아있는 기록에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10년 이전인 순종 시절 그려진 그림으로 추정해 볼 때 반도지와 관람정은 대한 제국 때 재조성 된 것으로 여겨진다.

"좌 승재정 우 폄우사" 폄우사(오른쪽)의 ‘폄우’는 어리석음을 고쳐 경계한다는 뜻이다. 이 곳은 정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즐겨 책을 읽던 곳이다. 폄우사로 오르는 길에는 왕세자 걸음걸이를 연습할 수 있는 박석이 놓여있다. 박석 모양은 심한 팔자형이다. 승재정(왼쪽)은 언덕 위에 높직한 데서 관람정을 굽어 보고 있는 듯하다.

"존덕정 " 반도지를 굽어보는 자리에 있는 존덕정이 있다. ‘덕성을 높인다’는 뜻의 존덕정은 정육각형의 바른 형태로 이중 처마가 특이하다. 존덕정은 정조때 만들어졌다. 당쟁에 찌든 조선을 개혁하려는 정조의 의지가 담긴 정자인 셈이다.

심정"

임금과 왕족의 심신을 다스리는 우황청심환 같은 정자다. 연경당 뒤쪽 숲으로 둘러싸인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다. 정자가 외딴 곳에 홀로 있는 데다가 남쪽 뜰에 돌을 파서 빙옥지를 만들고 이 못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의 거북이까지 올려놓은 모양새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빙천"

빙천은 창덕궁 후원 안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관람정을 지나 옥류천을 거쳐 연경당으로 돌아오는 오솔길 옆에 있다. 이 골짜기는 무더운 여름에도 그늘질 때가 많다. 졸졸 흐르는 샘물은 가끔 스며드는 햇살과 어울려 이끼동산을 만들어 놨다. 이 물은 연경당 서쪽 행랑 마당을 지나 연경당 장락문 앞을 흐르는 명당수를 이룬다. 창덕궁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과거 무차별 개방으로 훼손됐던 창덕궁을 1979년부터 제한된 관람과 가이드와 동행하는 관람 방법 등을 통해 잘 보존해 온 결과였다. 이번 후원 1Km 개방은 자연 상태의 비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면에서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창덕궁 관리소장 김종수(52)는 예비 특별관람객들에게 신신당부했다. 김 소장은 “한 달 간 시범 운영을 해본 뒤 하루 특별관람객과 관람 횟수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수준 높은 국민 의식이 재개방까지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관람객들의 질서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관람 가능 나이를 만17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초중생들의 문화유산 훼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물론 부모님을 동반할 때는 입장이 가능하다. “향유와 보존이라는 두 바퀴로 가는 마차를 위해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김 소장은 거듭 양해를 구했다. ▲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조용한’ 관람을 부탁했다. 후원은 다래나무 군락과 향나무, 딱따구리 등 천연기념물은 물론, 온갖 야생동물들이 생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곳이기에 때문. ▲ 화재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사건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꼭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을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이번 공개에서 제외된 지역은 숲이 우거져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가이드도 모르게 들어가거나 관람 무리에서 이탈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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