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싯구절이 귓가를 스치는 9월초, 설악을 찾아 설악의 화형식이 거행될 무렵 다시 찾어리란 기억이 설악 공지를 본 순간 어렵지 않게 상기되어진다.
언제나 내게 한껏 설레임을 안겨주는 화채능선의 암봉들이 어둠에 잠겨 또 새로운 하루를 잉태하고 있을때 그 암봉들을 등에 지고 마등령오름길을 오른다.
산행에서의 교감을 나누기에 적절한 인원인지라 산길을 걷는 그 즐거움이 배가되어지고 같은 길을 걸어며 땀흘리는 동안 함께라는 의미가 더욱 빠르게 다가온다.
마등령오름길을 밝히는 여명이 산길에 닿어니 정상에서 일출을 보리라는 기대감에 산길을 딛는 발걸음에 힘을 가해본다. 다행히 빠른 걸음에도 호흡을 놓치지 않아 마등령 정상에서 한참을 기다려 짙은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공룡길에 들어선 일행들의 발걸음에 거침이 없다. 선행길에서의 독려가 일행들에게 든든한 믿음이 되어지고 함께하는 즐거움에 어느새 발걸음은 나한봉에 닿는다.
청명하기 그지없는 파아란 하늘, 걸어온 길을 뒤돌아 서면 대승령과 안산이 손에 잡힐듯 가깝고 여러차례 답습한 길임에도 걸어갈 길에선 또 어떤 멋진 풍광이 나타날까하는 기대감에 발걸음 절로 가볍다.
우로는 서북능을 끼고 용의 이빨을 닮은 용아장성을 거느리고 좌로는 천화대의 암봉들이 도열하여 맞이하는 공룡길에 든 산객들에겐, 그 언젠가 이 지구의 주인으로 포효하던 공룡은 더 이상 화석이 아니다.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에서 지축을 뒤흔들며 걷는 공룡의 발자취를 느끼고 가뿐 호흡에서 내뿜는 숨결에서 공룡의 뜨거운 입김을 느낀다. 공룡의 꿈을 따라 1275봉으로 향하는 일행들의 뜨거운 가슴이 전율을 느끼게한다.
산에들어 만나지게 되는 사람들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사람이 더 아름다운 그 까닭을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수더분한 말 전함 없이도 함께라는 의미를 나눌 수 있음이리라.
1275봉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암봉들이 있어 공룡능선은 비로소 그 이름에 어울려지는 공룡능선다워진다. 이 멋진 풍광이 능선의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있기에 땀흘린 자에게만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음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