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 연흥극장을 왼쪽으로 끼고 접어들면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사거리.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왼쪽에 25년 세월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00보쌈이 있습니다. |
ⓒ2005 이동환 |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등포 일번가에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로, 그 맛 그대로 오랜 세월 지키는 집이 거의 없다. 그 가운데 25년 세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맛 변하지 않은 집을 지면에나마 소개하려 한다. '00보쌈'이 바로 그 집이다. 내가 저 집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게 1986년이다. 한창 성업하던 때 우연히 들렀다가 단골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맛 때문이다.
소주 마니아들은 동의하시리라 믿는데, 그저 안주로는 돼지고기가 제격이라는 사실이다. 그나마 싸고 맛있고 영양 풍부하고…, 누군들 돼지고기를 소주에 딱 맞는 최고안주라 안 할까? 소고기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얘기지만, 소고기야 국물 우려먹기에나 제격이지 씹는 맛이야 돼지고기 못 따라온다. 지난 시절, 탄광촌이나 먼지 많은 공장의 근로자들이 속을 씻어내기 위해 먹었던 돼지고기, 그리고 소주 한 잔.
▲ 식지 않게 덥힐 수 있는 그릇에 얹어주는데 썰어놓은 모양새가 딱 시골할머니 손속 그대롭니다. 삶은 돼지고기는 저렇게 두툼하게 막 썰어야 제맛이지요. |
ⓒ2005 나영준 |
▲ 이집 김치, 이거 정말 일품입니다. 시원하기가 샅이 오그라질 지경이지요. 다른 건 몰라도 저 보쌈김치만큼은 사장 이수희씨가 항상 직접 담근답니다. 오매, 이 사진 올리면서 또 군침 도네요. |
ⓒ2005 나영준 |
돼지고기 요리 방법이야 널리고 널렸다. 그 가운데서도 기름기 쪽 빠지도록 삶아내 맛깔스러운 보쌈김치에 싸서 넘길 때 목울대를 비집는 고소함과 시원함,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런데 이즈막 일부 프랜차이즈나 인테리어에만 신경 쓴 신식(?) 보쌈집에 가보면 무슨 비싼 복어 회 쳐 놓은 것도 아니고, 세숫대야만한 접시에 종잇장처럼 썰어 날쌍하게 늘어놓은 품이 정나미가 다 떨어진다. 보쌈김치는 왜 그리 데면데면, 간사시리 고기와 따로 노는지.
그저 삶은 돼지고기는 옛날 장터마당에서 국밥집 할머니가 썰어주시듯 두툼하면서도 흐드러지게 담아내야 제 맛이다. 비게고 살코기고 간에 칼질은 대충대충, 담아낸 모양은 한 주먹 아무렇게나 집어 올린 품이라야 한다. 보쌈김치는 일단 시원해야지. 적당하게 달고, 아삭하게 씹히면서 배추물이 스르르, 혀끝에 감돌아야 한다. 어쩌다 어금니에 걸리는 굴은 당연히 싱싱해야 하고, 톡 터지면서 바다 냄새까지 오롯하게 풍겨야 제 맛이다.
▲ 배추쌈에 싸먹는 것도 좋지요. 아끼지 않고 내주는 싱싱한 굴에 매우면서도 달금한 속 버무려 소주 한 잔과 함께 넘기면 캬! 부러울 게 뭐 있나요? |
ⓒ2005 이동환 |
'00보쌈'은 적어도 내가 드나들었던 지난 20여 년 세월, 변하지 않았다. 그 자리 그대로, 그 맛 그대로, 그 비결을 사장 이수희(54)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척 어른이 25년 전에 처음 시작했고 제가 이어받은 게 한 십여 년 됐어요. 비결이요? 그런 거 없어요. 그저 변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뿐이지요. 아무리 물가가 비싸도 제일 좋은 재료만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김치만큼은 제가 어른께 배운 방법 그대로 직접 담그고요. 겉절이 보쌈김치의 생명은 신선함이거든요? 그래서 우리 집은 이틀 이상 된 김치는 절대 손님상에 안 내 놓아요. 김치 담글 때 우리 집만의 비법이 있기는 하죠(웃음)."
▲ 뱅뱅두리에 막 퍼 주는 배추된장국이 또 장난 아닙니다. 속풀이로 그만이지요. 이날 함께 간 박아무개씨는 된장국만 다섯 그릇 들이켰지요. 배통도 크더라고요. 상추쌈에 요모조모 담아 소주 한 잔, 음! 더 말 못합니다. |
ⓒ2005 이동환/나영준 |
사장 이수희씨는 참 넉넉한 사람이다. 후덕한 맏며느리상인 주인아주머니는 밖에 잠시라도 나갔다 올 때면 직원들 간식거리를 단 한 봉지라도 꼭 챙겨 들어온다. 그 맘씨 그대로 손님상을 늘 살핀다. 모자란 거 없어요? 뭐 더 갖다 드릴까? 하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게 단골이 끊어지지 않는 비결인 모양이다. 오죽하면 나는 집이 의왕시인데도 툭하면 영등포까지 찾아가거나, 서울에서 볼 일이 있으면 꼭 들러야만 직성이 풀린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나는 돼지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 가운데서도 보쌈김치에 싸먹는 삶은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다녀 본 집이 어디 한두 군데일까? 어쨌거나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과 시골장터의 구수한 맛을 떠올리고자 하는 분들께 이집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인테리어 같은 겉모습에 신경 별로 안 쓰는 분이라면, 깊고 후덕한 인심, 제대로 된 옛 맛을 음미하고 싶은 분이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터!
사진도 맛나게 보이고..여기 가보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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