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버섯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온 지 서너 시간 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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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버섯
ⓒ2005 고평열
야구공 같이 생긴 유균에서 자실체를 미리 발달시켰다가 빼꼼이 머리를
내밉니다. 이 녀석이 나온다는 건 포자가 충분히 여물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알 속에서 보름에서 한달 가량 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애를
태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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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버섯
ⓒ2005 고평열
어떤 때는 미처 세상 빛을 보기도 전에 달팽이가 먹어 버립니다. 냄새
나는 거므스름한 소스를 듬뿍 묻혀 두었거든요. 곤충들이 좋아해서 말뚝버섯을 먹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기 위해서지요. 달팽이는 팽이 못지 않은
버섯마니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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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버섯
ⓒ2005 고평열
그래도 뭐 까짓거 걱정 없습니다. 포자는 이미 성숙해 있으니까 지가
아무리 나를 야금야금 먹었기로서니 배설을 않고 살 재주는 없을 터이고, 배설한 장소가 곧 말뚝버섯 후손들의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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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버섯
ⓒ2005 고평열
가끔씩 버섯의 포자가 채 성숙하기 전에 다른 버섯균에 의해 기생을
당하기도 합니다. 병이 드는 거지요. 맥없이 양분을 먹히우고 썩는 냄새를 피우며 쓸쓸히 사라져갈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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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버섯
ⓒ2005 고평열
다리에 포자를 잔뜩 묻힌 파리는 어딘가로 날아가서 말뚝버섯의 후손을
퍼트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겁니다. 그러면서 이 한 몸 기꺼이 희생하는 것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어쩌다 나무에 거꾸로 달린 채 태어나게 된
말뚝버섯이지만 어차피 몇 시간 후면 다시 자연속으로 녹어들어갈 테니까요.
외양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순간일 뿐, 무릇 생명을 가진
것들의 아름다움이란 아쉬움을 남기는 그 유한함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