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던 학생이 1년 뒤 전교 1등을 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할 일을 실제로 이룬 전북 부안고등학교 3학년 백승훈(19)군.
지금은 전교 학생 회장이며 전북대 수의예과에도 당당히 수시 합격한 우등생이지만, 백군은 중학교 3학년 까지도 전체 208명 중 200등인
‘꼴찌’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백군은 중학교 1학년 때 건강과 경제적 문제로 축구
국가대표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백군은 “중1 겨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렸을 때부터 앓던 천식이 심해져 더이상 운동을
할 수 없었다”며 “당시에는 운동이 너무 힘들어 내심 좋아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축구를 그만둔 백군에게 닥친 시련은 다름아닌 ‘공부’였다. 그동안 운동을 핑계로 공부를
등한시한 백군에게 있어 수업은 그야말로 고통이었다. 백군은 “아는 게 있어야 공부도 재밌지,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으니 할 말 한거죠?”라고
했다. 백군은 “공부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중3 때까지 축구로 재기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축구를 다시 하겠다는 백군을 막은 것은 어머니였다. 백군은 “중학교 때 어머니가
축구중계는 커녕 스포츠 뉴스까지 못보게 했다”고 말했다.
백군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 때였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다’고 결심한 백군은 3개월의 방학시간을 이용해 학원을 다니며 보충수업을 받았고, 새벽 2시까지 꼭 복습을 한
뒤 잠을 자는 강행군을 했다.
그런 노력 끝에 백군은 고등학교 1학기 때 전교 3등을 했고, 다음 학기에는 1등까지 했다. 백군은
“운동에서는 실패했기 때문에 공부는 꼭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자기만의 공부 비결이 있냐고 물어보니 백군은 “쉽지 않지만 강한 의지와 집중력과 노력,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이어 백군은 “그날 해야 할 공부량과 시간을 학습일지에 계속 기록했다”며 “형식적인 계획보다 하루에 할 공부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백군은 지난 3월 MBC ‘사과나무’라는 프로그램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이 인연이 돼
지난달 ‘꼴찌에서 1등까지’란 책을 출간하게 됐다. 백군은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