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이 차가운데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 달이 오르네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도 이니
맑은 향기 저절로 뜨락에 가득 차네
獨倚山窓夜色寒 梅梢月上正團團 不須更喚微風至 自有淸香滿院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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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늦게 홀로 일어나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달이 떠올라 매화나무 가지위에 걸린다. 이윽고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그 바람을 타고 향기가 온 뜰과 집 방안에 까지 가득찬다는 정경을 마치 눈앞에서 그림 그리듯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寒과 團과 間의 세 운(韻)자가 멋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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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엔 돌아와 향기 맡아 기뻐했고
지난해엔 병석을 털고 다시 꽃 찾았다네
어찌 이제 와서 차마 서호의 절경을
우리 비옥한 땅 바쁜 일과 바꿀 손가
往歲行歸喜읍響 去年病起又尋芳 如今忍把西湖勝 博取東華軟土忙
▶세상에 나가서 힘들게 살다가도 돌아와서 매화를 보면 마음의 평화가 생긴다. 그러니 매화는 분주한 세상살이에서 떠나 몸과 마음에 힘을 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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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밤은 적막하여 온 세상이 비었는 듯
흰 매화 밝은 달이 늙은 신선 벗해 주네
그 가운데 오직 앞 내 흐르는 소리 들리니
높을 때는 商음이고 낮을 땐 宮음일세
山夜寥寥萬境空 白梅凉月伴仙翁 箇中唯有前灘響 揚似爲商抑似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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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밤에 차가운 달이 흰 매화를 비추며 있는데, 저 앞 개울 시냇물소리만이 들려온다. 나지막할 때는 궁음이고 높을 때는 상음이라고 마치 음악소리인양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퇴계가 물러가 있던 도산의 달밤의 정경이 훤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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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매화가 참됨을 다시 알아선지
이 몸이 추위를 겁내는지를 아는지
가련쿠나 이 밤에 병이 낫는다면
밤이 다가도록 달과 마주 하련만
晩發梅兄更識眞 故應知我겁寒辰 可憐此夜宜蘇病 能作終宵對月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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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자신이 건강이 좋지 않아 추위를 겁내는지를 아는지 늦게 핀다(추위가 덜할 때를 기다려). 내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다행히 몸만 좋으면 밤새 달을 보고 있으련만 .... 하는 시인의 몸 상태와 건강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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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子正月二月立春(임자년 정월 초이틀 입춘)
옛 책을 펴서 읽어 성현을 마주하고
밝고 빈 방안에 초연히 앉아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보게되니
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으리
黃卷中間對聖賢 虛明一室坐超然 梅窓又見春消息 莫向瑤琴嘆絶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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