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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좋은 중원산/강원 양평

☞여행·가볼만한 곳/국내·계곡.폭포

by 산과벗 2007. 2. 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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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산
너덜·정상 오르면 멈추지 않는 땀
다이빙·등목 ‘한 방’에 말끔히 가셔

여름산을 오르는 건 땀과의 싸움이다. 그런데 땀에 흠뻑 젖은 옷보다도 신경을 더 거스르는 건 왱왱거리는 모기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며 땀내를 쫓아오는 모기들.

아무리 손으로 휘저어도 그때뿐. 그림자처럼 끈덕지게 떠날 줄을 모른다. 땀과 모기의 협공에 기진맥진할 즈음. 몸을 던질 수 있는 계곡은 완벽한 휴식처가 된다. “풍덩” 소리에 모기는 기겁하고. 땀은 달아난다.



■다이빙을 즐기자

중원산(800m)의 들머리는 다양하다. 중원계곡 입구 주차장에 들어서기 전 상현마을에서 바로 올라갈 수도 있고. 주차장에서 계곡을 거치지 않고 오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여름에 물소리가 빠진 산행은 왠지 허전하다. 비록 그 길이 돌아가야 하고 거칠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주차장에서 계곡 쪽으로 10분만 올라가면 중원계곡을 대표하는 중원폭포가 나온다. 3단 폭포지만 거의 누워 있는 형상이라 물의 기세보다는 오히려 주변의 암벽이 인상적이다. 또 용소가 상당히 커 물놀이를 하기에 제격이다.

마침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어른과 아이가 서로 멋진 다이빙을 선보이느라 정신이 없다. “다시 한 번. 사진을 못 찍었어요” 소리에 아이보다 어른이 더 설레발이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오르다 겁이 나는지 머뭇거린다. “아빠! 그냥 내려와.” 아이의 걱정에 냉큼 “알았어” 하며 내려선다. 물놀이객들을 뒤로 하고 계곡을 따라 다시 오르길 10분.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과 싸리재와 도일봉(864m)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싸리재 쪽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데 정상까지 8.5㎞ 정도 돌아간다. 체력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좀 더 계곡을 옆에 두고 걷는 것도 괜찮다.

치마폭포와 15m 폭포를 보며 갈 수 있는데 안내판이 따로 있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싸리재로 오르는 길은 비바람에 꺾인 나뭇가지와 무성한 잡초들이 길의 흔적을 흐트려 놓아 주의를 필요로 한다.


■바람아 불어다오

싸리재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선 능선을 넘어가는 바람이 땀을 식혀 줘 기분이 상쾌하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겠다. 여기에 준비해 간 얼음물을 삼키면 목구멍에서부터 온몸으로 냉기가 퍼진다.

행복한 기분을 안은 채 다소 지루한 듯 이어진 능선길을 걷는다. 10여분간은 키만큼 자란 나무의 가지가 얼굴을 때려 잘났든 못났든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할 판이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등산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꼭 빠지지 않는. “어디로 해서 오신 겁니까” 라는 질문이 오간다. 남은 거리를 확인하고픈 걸로 보아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태산인 듯싶다.

부드러운 흙길 능선을 따라 걷길 1시간여. 정상까지 73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너무 반갑다. ‘이제 다 왔구나’ 싶은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지지만 길은 험해 오히려 속도는 더디다. 바위와 소나무의 앙상블이 멋지게 펼쳐지는 정상 부근의 길. 눈은 즐겁지만 온몸으로 걸어야만 한다. 지친 탓도 있겠지만 마지막 몇 백m의 길이 몇 ㎞인 듯 허벅지가 팍팍해진다.

드디어 정상. 그런데 조금 전까지 푸르던 하늘이 어느새 안개에 쌓여 시야가 흐리다. 서쪽 바로 앞에 위치한 용문산의 윤곽만이 희미하다(산을 내려오니 다시 안개가 풀렸다. 같은 날 같은 산을 올라도 다른 기억을 갖는 이유다).


■모기야 물렀거라

나비 한 쌍의 사랑 놀음과 잠자리의 비행 연습만을 지켜보다 신점리 쪽으로 하산길을 택했다. 경사가 급하고 돌과 자갈이 많아 상당히 미끄럽다.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지만 두어 번 엉덩방아를 찧는다.

툭툭 털고 일어나 걷길 40여분. 다시 계곡이 나타났다. 용문산 쪽으로 향하는 용계계곡. 사람의 손길이 많이 미치지 않아 원시림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계곡에서 잠시 쉬려고 하면 나타나는 모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마치 자동차 와이퍼처럼 모기를 쫓기 위해 팔을 휘저으며 20분쯤 걸으면 계곡과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다다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야윈 장승 하나가 서 있다. 어딘가에 짝이 있지 않을까 둘러보지만 홀로 외롭다.

20분쯤 계곡과 친구하며. 모기와 싸움하며 걷다 보니 경사가 90도를 넘어서는 오버행의 암벽이 서 있다. 독수리 부리를 닮은 듯 보이는 이곳은 촛농이 녹은 흔적과 수많이 쓰여진 이름들로 보아 치성을 드리는 곳인가 보다. 묘한 분위기다.

잠시 배낭을 던져 놓고 바로 앞으로 흐르는 계곡물에서 땀을 씻겨 낸다. 지긋지긋하던 모기는 언제인지 모르게 주위에서 보이지 않는다. 온몸이 편안해진다. 충분히 쉬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면 어느새 민가가 나타난다. 날머리인 용계·조계골 입구다.



■등산로

1. 중원리 주차장→중원폭포→도일봉→싸리봉→싸리재→정상(11.1㎞)
2. 중원리 주차장→중원폭포→치마폭포→중원계곡→싸리재→정상(9.5㎞)
3. 중원리 주차장→중원폭포→정상(3.5㎞)
4. 상현마을→중원산(2.9㎞)
5. 신점리→조계골→용계골→용골→정상(3.3㎞)

가는 길
자가용: 서울→서하남IC→하남IC→오빈교차로→마룡교차로→341번 지방도 11시 방향→양평군 용문면 왼쪽 진입→단월면 왼쪽 진입→중원리.

대중교통: 청량리역(02-3299-7288)에서 용문역까지 기차 이용. 걸어서 5분 거리인 용문터미널(031-773-3100)에서 중원계곡으로 가는 중원리 종점 버스는 하루에 5회(7시 10분·9시 10분·11시·14시 10분·18시 30분). 용문사 쪽으로는 수시 운행. 상봉터미널에서 용문사로 바로 가는 버스(9시 20분·13시 20분)를 타거나. 동서울·상봉터미널서 양평·용문터미널로 이동 후 용문사행으로 갈아타도 된다. [일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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