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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뱀사골/전북 남원

☞여행·가볼만한 곳/국내·계곡.폭포

by 산과벗 2007. 2. 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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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뱀사골
[여행] 지리산 뱀사골,단풍… 발끝에 물든 붉은 빛 고독도 황홀하다 [국민일보 2006-11-02]



▲ 단풍이 아름다운 탁룡소

푸른 도화지에 지리산 뱀사골을 스케치한다. 가을하늘에 물든 쪽빛 계곡에 전설 속 바위도 앉히고 계곡을 수놓은 단풍나무에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잎사귀도 그린다. 그리고 세필에 붉은 물감과 노란 물감을 살짝 묻혀 수를 놓듯 한 잎 두 잎 채색한다. 순간 소슬바람이 건듯 불었나보다. 춘향골 여심보다 붉은 단풍잎이 도화지에서 떨어져 하나 둘 동심원을 그린다.

지리산 품에 안긴 수많은 골짜기 가운데 남원의 뱀사골만큼 아름다운 계곡도 드물다.

봄에는 연분홍 진달래와 철쭉,여름에는 초록색 숲과 투명한 계류,그리고 겨울에는 설산과 얼음계곡이 사계절 풍경화를 그리는 뱀사골 비경 중 으뜸은 아무래도 오색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 아닐까.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사이의 원시림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구절양장 계곡을 흐르다 크고 작은 소(沼)를 잉태하는 뱀사골은 계곡미가 뛰어나다. 그래서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가을산에 발을 들여놓으면 정상인 화개재까지 단숨에 오르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뱀사골 단풍 산행은 반선 매표소에서 시작된다. 

반선교를 건너면 폭신폭신한 흙길이 산세를 닮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가 청아한 녹색 산행로는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는 단풍나무가 아니면 영락없는 여름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오케스트라 화음처럼 점점 웅장해진다. 석실이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석실을 내려다보며 다시 신발끈을 조이면 용이 승천하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전설 속의 요룡대가 소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인다.

요룡대를 굽어보는 와운교를 건너 곧장 도로를 따라 가면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와운마을. 워낙 산세가 험해 지나가던 구름도 아예 누워서 쉬고 간다는 와운마을 뒷편 능선 끝자락에는 지리산을 닮아 과묵하면서도 당당한 수령 800년의 노송 두 그루가 눈길을 끈다. ‘천년송’으로 불리는 할머니소나무와 20여m 거리에서 그윽한 눈길을 보내는 할아버지소나무가 주인공으로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답게 거북등처럼 갈라진 두꺼운 껍질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뱀사골에는 유난히 노란 단풍이 많다. 와운교 끝에서 오른쪽 나무계단을 오르면 산딸나무 생강나무 물푸레나무 자귓밥 느릅나무 등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도열한 활엽수들의 잎이 참나무에 매단 노란손수건처럼 하늘거린다. 이따금 노란 단풍 사이로 단풍나무의 타는 듯한 붉은 빛과 소나무의 푸른 기운이 어우러져 색채미를 더한다.

뱀사골 산행로는 대여섯 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데다 경사도 가파르지 않아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반대편 피아골 산행로가 좁고 경사가 급해 남성적이라면 뱀사골은 춘향골을 대표하는 계곡답게 사뭇 여성적이다.

가을산은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절정을 이룬 때가 가장 황홀하다. 하지만 단풍이 절반 정도 떨어진 성긴 계곡은 동양화처럼 여백미가 물씬 묻어나 좋다. 고개를 들면 단풍잎이 떨어진 가지 사이로 쪽빛 하늘과 마지막 잎새가 넉넉한 조화를 이루고 고개를 숙이면 발목 깊이로 쌓인 낙엽이 세월의 무상함을 증거한다.

뱀사골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탁룡소. 요룡대에서 승천하려던 용이 떨어졌다는 전설을 간직한 큼직한 바위와 깊고 푸른 소가 단풍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우수수 떨어진 낙엽비가 계류를 타고 종이배처럼 가을여행을 떠나고 황금빛 가을햇살은 탁룡소 수면에서 그물 무늬의 황홀한 물비늘을 만든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금포교는 한가을과 만추를 구분하는 경계선이다. 와운교에서 금포교까지가 오색단풍이 화려한 한가을이라면 금포교부터 뱀사골 정상인 화개재까지 6.5㎞는 갈색 낙엽이 추억처럼 켜켜이 쌓인 만추다.

병풍 같은 바위 사이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병풍소와 병 모양의 병소,뱀이 꿈틀거리는 형상의 뱀소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단풍은 어느새 낙엽으로 변해 쓸쓸한 풍경을 연출한다. 해발 800m 지점에 자리한 간장소의 만추는 더욱 서정적이다.

그 옛날 보부상들이 하동에서 소금짐을 짊어지고 화개재를 넘어오다 빠졌다는 간장소 주변은 화려한 수식어를 털어낸 무채색 나무들이 박수근의 ‘나목’처럼 을씨년스럽다. 그리고 수면 아래에는 아직 붉은 빛이 완연한 단풍잎이 쓸쓸한 표정으로 화려했던 가을을 반추하고 있다.

춘향가와 흥부가,남원… 광한루―변강쇠 백장공원도 둘러볼만

판소리 ‘춘향가’의 고장인 전북 남원은 ‘흥부가’와 ‘변강쇠타령’의 무대이기도 하다.

철쭉으로 유명한 봉화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아영면 성리의 상성마을은 흥부가 부자가 되었다는 발복지로 판소리 흥부가에 등장하는 지명이 마을 곳곳에 산재한다.

흥부 부부가 박을 타는 형상의 조형물이 반기는 마을에 들어서면 사금 채취장으로 전해지는 새금모퉁이,흥부가 허기로 쓰러졌을 때 흰죽을 먹여 살린 은인에게 논을 사주었다는 흰죽배미,놀부가 흥부집을 찾아왔다가 화초장을 지고 건넜다는 개울로 추정되는 노디막거리,흥부와 놀부가 살았다는 장자골 등이 지척이다.

마을 뒷산에는 덕을 쌓아 흥부 모델이 된 박춘보의 무덤과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추모제를 올리는 망제단이 평화로운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인월면 성산리의 성산마을은 놀부마을. 소작인과 이웃을 괴롭혀 놀부의 모델이 된 박첨지가 살던 곳으로 연비봉,화초장 바위,흥부네 텃밭,연하 다리 등 고대소설 흥부전과 판소리 흥부가에 나오는 지명이 실제로 전해지고 있다.

산내면 대정리 백장암 계곡은 변강쇠타령의 무대. 변강쇠와 옹녀가 놀았다고 전해지는 백장바위,남녀의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바위를 긁어 국을 끓여 먹으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근연바위 등이 계곡 곳곳에 숨어있다. 도로변에는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쓴 변강쇠가 벌을 받아 장승처럼 굳어 죽었다는 전설을 형상화한 변강쇠백장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남원 시내의 광한루원은 춘향전 주무대로 우주를 상징한다. 남원으로 유배 온 황희 정승이 건축한 광한루는 호남 제일의 누각으로 은하수를 나타내는 연못과 오작교가 해질녘에 그림 같은 풍경을 그린다. 남원의 야간 명물로 등장한 ‘춘향테마파크’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촬영세트장을 비롯해 만남의 장,맹약의 장,축제의 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했다.

여행메모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17번 국도를 타면 남원이다. 뱀사골은 이번 주말께 반선교에서 와운교 구간의 단풍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반선에서 달궁계곡을 거슬러 올라 정령치 전망대에 서면 하산하는 지리산 오색단풍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매면 대신리 상신마을과 서도리 노봉마을은 작가 최명희가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로 시작해 '온 몸에서 눈물이 차오른다'로 마침표를 찍기까지 17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 주인공인 청암부인의 종가를 비롯해 노봉서원,호성암,청호저수지,새암바위,달맞이동산,서도역 등 소설에 등장하는 건물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소설 내용을 형상화한 디오라마와 작가 유품 등을 전시한 혼불문학관도 볼거리(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5).

남원의 대표적 향토음식은 추어탕. 그 중 천거동의 '새집추어탕(063-625-2443)'은 미꾸라지 숙회와 미꾸라지 튀김으로 이름났다. 창업자인 서삼례씨의 조카딸인 서정심씨가 50년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국산 미꾸리를 곱게 갈아 운봉의 고랭지 시래기와 들깨를 듬뿍 넣고 끓인 탕이 일품이다.

뱀사골 14km엔 빠~알간 단풍천지
말간 계곡물에 비친 그 황홀함이여
간장소까지 왕복 4~5시간이면 OK

▶뱀사골 단풍 트레킹
지리산에는 피아골 등 단풍 명소가 즐비하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뱀사골이다. 특히 올가을 지리산 권역에서 단풍의 자태로는 뱀사골이 최고다.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북사면에 위치한 뱀사골은 14km 길이의 계곡 곳곳에 굴뚝소, 병소, 뱀소 등 빼어난 비경을 담고 있어 보는 즐거움으로도 지리산권 으뜸이다. 뱀사골 단풍은 10월 말 현재 계곡 초입을 넘어선 아랫녘 까지 붉은 빛을 드러내며 절정에 접어들었다. 고운 자태가 11월 상순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지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자연환경안내원 양정희씨의 설명이다.

뱀사골 단풍은 지리산 여느 계곡, 산자락의 것과 마찬가지로 단풍나무, 활엽수 등의 잡목이 어우러진 '오색 단풍'으로 설악 단풍의 화려한 자태도 함께 갖추고 있다. 대체로 뱀사골 입구 반선에서 오룡소, 탁룡소, 병풍소를 지나 간장소 까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데, 맑은 담에 투영된 파란 하늘과 붉고 노란 단풍의 조화에 탄성이 절로난다.

뱀사골은 다양한 산행코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반선~뱀사골 대피소~화개재~삼도봉~노고단~성삼재 까지 8시간이면 오를 수 있고, 화엄사까지는 1박2일을 잡아야 한다. 또 반선~뱀사골 대피소~화개재~토끼봉~연하천 대피소~벽소령 대피소~세석 대피소~장터목~천왕봉~중산리로 이어지는 가을 등산로는 화려한 2박3일의 종주 코스가 된다.

특히 뱀사골~삼도봉~임걸령 삼거리~피아골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8시간 산행코스는 지리산 단풍의 대명사로 꼽히는 피아골과 뱀사골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가을 산행 최고의 산행 루트가 된다. 뱀사골 트레킹의 장점은 완만한 숲길. 출발 기점 7~9km 구간의 급경사 지역만 빼고는 등산로가 완만한 편으로 여성, 노약자도 무리 없는 산행이 가능하다. 뱀사골 단풍만을 보려면 뱀사골 입구에서 오룡소-탁룡소-병풍소를 지나 간장소 까지만 들르는 게 낫다. 왕복 4~5시간 정도 걸린다.

지리산 단풍 드라이브
지리산 단풍 구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드라이브 코스. 본격 산행을 않더라도 장중한 지리산의 속내를 좀더 가까이서 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즈음 남원에서 정령치∼성삼재∼실상사를 연결하는 종단도로에는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족 들이 꼬리를 문다.

드라이브 길은 두 가지 코스가 있다. 뱀사골에서 861번 지방도를 타고 도계 3거리~노고단 성삼재를 거쳐 구례 천은사에 이르는 25km의 코스와 지리산 국립공원 북부지소가 있는 남원 육모정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정령치를 지나 도계 3거리~뱀사골에 이르는 23km 길이 그것이다. 봄이면 철쭉 등의 화사한 봄꽃잔치를, 가을이면 계곡과 능선따라 번져 오르는 붉은 기운의 장관을 노견에서 맛볼 수 있다. 산굽이를 휘감아 도는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를 따라 지리산 산세를 감상하기에는 각 코스마다 1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지면 된다.

특히 뱀사골 단풍 구경을 마치고 뱀사골~도계 3거리~정령치~육모정 코스를 달리게 되면 남원시의 조망 포인트, 정령치에 오를 수 있다. 도계 3거리에서 정령치에 이르는 길 주변은 고운 단풍이 압권이나 올해는 자태가 덜하다. 정령치 휴게소(해발 1172m)는 억새로 유명한 만복대에 오르는 길목으로 차 한 잔의 여유가 여정에 운치를 더한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12km를 굽이쳐 내려가는 길목에는 선유폭포며 지리산의 원시에 가까운 비경이 곳곳에 박혀 있다. 


남원으로 떠나는 예술기행
문학의 향기에 취해 두뺨이 발그레…

남원은 빼어난 자연과 걸출한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장중한 지리산 자락 아래 동편제가 태동했고, 춘향전, 흥부전, 변강쇠타령과 소설 '혼불' 등의 역작이 태어났다.

흥부마을
남원시 아영면 성리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의 하나인 '흥부전'의 배경이다. 흥부가 정착해 부자가 됐다는 발복지(發福地)로 마을에는 박춘보의 묘가 있고 매년 정월 보름에 망제단에서 흥부를 기리는 춘보망제를 지내오고 있다.

혼불마을
남원시 사매면에 최명희의 혼불마을이 있다. 생전 작가가 '혼불'을 집필하며 "글쓰기가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 같다"며 힘겨움을 호소했던 소설의 주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최명희는 전주에서 태어났지만 이곳에서 그의 아버지가 나고 자랐다.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이 오가는 만남과 이별의 장소인 서도역< 사진>은 영상테마파크로 거듭났고, 노봉마을 최씨 종가집에는 서원 복원이 한창이다. 인근 혼불문학관에는 작가 최명희의 흔적과 소설 속 민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연못과 잔디밭, 물레방아가 조성된 6000여평의 문학관은 공원을 연상케 한다.

지리산 가는 길, 이렇게 하면 기쁨두배
여행메모

가는 길
◇뱀사골:남원시~24번 국도 함양방면~인월 4거리~산내면 방면~반선~뱀사골 ◇흥부마을:호남고속도로 전주IC~17번국도 남원방면~남원~88고속도로 지리산IC 진입 후 좌회전~아영면사무소 3거리 좌회전~흥부마을(성리)/ ◇혼불마을:남원~17번 국도 전주방향~춘향터널, 오리정 지나 사매면에서 혼불문학관 표지판 보고 좌회전~노봉리~혼불마을

먹을거리
남원의 대표 음식은 가을의 별식 추어탕. 걸죽하면서도 고소한 듯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대표적 맛 집으로는 최근 전북음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천거동 '새집'(063-625-2443). 튀김, 숙회 등의 토종 미꾸리 별미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탕 7000원, 숙회, 탕, 튀김이 함께 나오는 추어정식 1만5000원. 튀김 1만~2만원, 숙회 2만5000~4만5000원.

이색 볼거리
남원에는 보고 즐길 거리가 쏠쏠하다. 그중 운봉읍은 동편제의 본향으로 황산대첩비가 있는 비전 마을 들머리에 가왕 송흥록과 그의 제자 국창 박초월의 생가터가 있다. 또 뱀사골 찾아가는 들머리에는 백장암과 그 아래 변강쇠타령의 배경이 된 백장골에 장승공원이 있다. 춘향전의 배경 광한루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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