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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의 채취 물씬 풍기는 문경 새재

☞여행·가볼만한 곳/국내·문화.유적

by 산과벗 2007. 3. 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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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으로 떠나는 여정은 아름다운 옛길이 있어 더 정겹고 웅숭깊다.

귀는 새소리와 물소리 덕분에 즐겁다. 발바닥은 푹신한 흙 길 덕분에 편안하다. 천천히, 끝없이 걷고 싶은 길, 문경새재 ‘옛길’이다. 고려 태조 때 처음 열린 새재는 조선시대 때에는 영남~한양을 잇는 큰 길, 영남대로였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영남의 선비들과 장터를 찾아가던 백성들이 이 고갯길을 넘었다. 제3관문 가까운 곳을 제외하고는 전 구간이 완만한 경사를 이뤄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봄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사이의 백두대간 위에 놓인 고개 새재(조령)
문경도립공원의 제1관문(주흘관)~제2관문(조곡관)은 약 3㎞. 제2관문~제3관문(조령관)은 약 3.5㎞, 이를 합하면 6.5㎞에 이른다. 시간 형편과 체력에 따라 제3관문까지 왕복을 해도 좋고 제2관문까지만 다녀와도 좋다. 또는 제3관문에서 출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제1관문에서 트레킹을 마치는 방법도 있다.

제1관문을 지나 조금만 오르면 왼편에 고려와 백제시대의 왕궁, 초가집 등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KBS드라마 촬영장이 보인다. 촬영장 입구에서 제2관문까지 맨발지압로, 개나리꽃길, 폭포동, 조령원터, 주막, 교구정, 예배굴, 조곡폭포, 소원성취탑 등이 줄줄이 나타난다. 조령원은 이곳을 지나던 길손이 하룻밤 묵어가며 요기를 하고 물물을 교환하던 곳이고 교구정은 관찰사들이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곳이다. 조곡폭포는 근래에 문경시에서 만든 폭포. 비록 인공 폭포이긴 하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면 옛길 걷느라고 이마에 맺힌 땀이 저만치 달아난다.

조곡폭포를 지나 청정한 계곡물을 건너면 제2관문인 조곡관이 여행객을 반긴다. 제1, 제3관문이 조선 숙종 34년(1708)에 세워진 반면 제2관문은 이보다 앞서 임진왜란 직후인 선조 28년(1594)에 설치됐다. 많은 여행객들은 조곡관 뒤편 솔 숲에서 조곡약수를 한 모금 마시며 기를 충전시키고 제1관문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옛길의 정취에 더욱 깊이 빠져보고 싶어 제3관문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조금 더 길다. 이제 숲은 더욱 깊어지고 인적은 드물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진을 쳤다는 이진터를 지난 지점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동화원을 거쳐도 좋고 박석이 깔린 장원급제길을 타도 좋다. 마침내 제3관문에 다다르면 시오리 거리의 옛길 트레킹은 끝이 난다. 조령관 주변 바윗돌에는 ‘새재에 올라’, ‘새재를 지나는 길에’ 등 새재를 소재로 한 옛 선현들의 시편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 눈길 따라 완만한 옛길을 타박타박 걸어 오르면 눈 덮인 제 3관문 '조령관'의 설경이 펼쳐진다.

옛날 길의 대표격인 '새재'는 아직도 고운 흙길이 이어져 지난 세월의 자취를 고스란히 품은듯 하다.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소리 따라 무른 듯 부드러운 오솔길을 걷노라면 절로 옛 선인들의 삶속으로 빠져 들어 세월을 넘나드는 정담을 나누게 된다. '어디서 왔는가''어디로 가는가''무얼 위해 사는가'… 천년의 애환이 켜켜이 쌓인 옛길로의 여행 속에 '화두'를 되뇌어 보자. 어느덧 마음 깊은 곳에 엉겨 있던 삶의 난마들이 하나 둘 풀려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聞慶). 문경의 대표 옛길 새재에서는 우선 산새-물-바람 등 청명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즐겁다. 뿐만 아니라 선인들의 체취가 흠씬 묻어난 눈덮인 새재 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시공을 초월해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조선 태종 때 뚫린 새재는 500여년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당시 일종의 고속도로였다. 부산 동래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추풍령과 새재, 죽령 등 3개의 고개 중 하나를 넘어야 했는데, 열나흘 길 새재가 가장 빠른 코스였다.
특히 과거시험 보러 떠나는 유생들은 유독 새재 길만을 고집했다. 당시 횡행했던 일종의 징크스 때문이었다. '추풍령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처럼 미끄러질 수 있다'는 속설이 그것이다.
'새들도 날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의 참 맛은 뭐니 뭐니 해도 고갯길 트레킹에 있다. 특히 흰눈이라도 소담스럽게 내려 준다면 정취가 한껏 살아난다. 새재에는 제1관문인 주흘관(主屹關), 제2관문인 조곡관(鳥谷關), 제3관문인 조령관(鳥嶺關), 그리고 경상감사가 직인을 주고받았던 교구정터, 객사가 있던 조령원터 등 다양한 유적들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하나의 완벽한 역사 트레킹코스가 이어진다.

▲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이 급제를 기원하던 '책 바위'

주흘관에서 옛길 여정이 시작된다.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을 비롯해 영봉 마패봉 조령산 등 문경새재를 둘러싼 명산의 설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성문을 지나면 조령산의 산세가 개성의 송악산을 빼닮았다고 해서 용사골에 들어선 드라마 '태조 왕건' 야외 세트장이 펼쳐진다. 2만평의 부지에 고려궁 백제궁 서민촌 양반촌 등 완벽한 역사속의 도시가 형성돼 있다.
세트장을 스쳐 지나면 조선시대 길손들의 숙박과 물물교환장소였던 조령원터와 여독을 풀던 주막이 이어진다.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 6.5㎞의 문경새재 길은 시가 흐르는 옛길이다. 서거정 김종직 김시습 주세붕 이황 이이 류성룡 김만중 정약용….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묵객치고 한양 오가는 길목인 문경새재에서 시 한 수 남기지 않은 이 없을 정도다.
제2관문 까지는 객사였던 조령원, 교구정 등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길가에는 낙동강으로 향하는 계곡물이 간간이 비치는 햇살에 반짝이며 졸졸 흐른다.
퇴계가 극찬한 팔왕폭포로 유명한 용추 큰 바위는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왕건과 술잔을 나눈 직후 측근에게 칼을 받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궁예는 이 너럭바위에서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어. 인생이 찰나와 같은 줄 알면서도 왜 그리 욕심을 부렸을까? 덧없이 가는 것을?"이라며 마지막 독백을 남겼다.

▲ 유생들이 넘어가던 '장원급제길'

조선시대 말 천주교인들의 비밀 예배 장소로 추정되는 바위굴과 조곡폭포를 지나면 제2관문인 조곡관이 주흘산을 배경으로 설경을 그린다. 기암괴석과 낙락장송, 그리고 맑은 계류가 한데 어우러진 곳에 자리한 조곡관은 새재의 세 관문 중에서도 풍광이 으뜸이다. 2관문에서 3관문에 이르는 새재 길은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한글 고어로 '산불됴심'이라 쓰여 있는 조선시대 돌비석 등 지난 세월이 손에 잡힐듯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곳곳에서 이룰 수 있다. '문경새재 아리랑비'를 지나면 선비들이 급제를 기원하던 '책 바위'가 나선다. 주변은 온통 소원을 적은 소원지들이 나부낀다.
고갯길을 몇 구비 돌면 문경새재의 마지막 관문이자 정상인 조령관이 흰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채 홀로 조령을 지키고 있다. 조령관 성문을 넘어서면 충북 괴산 땅이다. 낙동강 뱃길과 영남대로를 달려온 선비들은 조령을 넘어 충주 탄금대에 이르고 그곳에서 남한강 뱃길을 이용해 한양으로 향했다. 오르는데 쉬엄쉬엄 2시간30분 남짓, 오르막이 싫다면 괴산의 조령산 자연휴양림을 통과, 조령관~조곡관~주흘관 순서로 내리막길을 걸어도 좋다.




그 밖의 옛길

▶하늘재
문경에는 새재 말고도 하늘재라는 옛길이 더 있다. 문경읍 관음리와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사이에 놓인 하늘재는 우리나라 문헌 상 가장 먼저 뚫린 고갯길이다. 신라 아달라이사금 3년(156)에 개통됐으니 18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영주와 단양을 잇는 죽령은 이보다 2년 뒤에 개척됐다. 계립령, 지릅재, 대원령, 한훤령 등 다양한 별칭을 가진 하늘재는 신라사람들이 한강 유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닦은 군사도로였다. 신라 망국의 한을 품은 마의태자도 금강산으로 향할 때 하늘재를 넘었다. 이후 하늘재는 불교문화의 이동길로, 문경도자기의 생산과 유통 통로로 활용됐다. 오늘날 하늘재는 성격이 변해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옛길 트레킹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숲길로 내려서면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의 절터로 이어진다. 길이가 약 2㎞에 불과해서 트레킹 코스로 적당하다.

하늘재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뚫린 고갯길이다. 신라 때는 계립령, 고려 때는 대원령, 조선시대에는 마골점-한티-천티 등으로 불리다가 마침내 '하늘재'로 굳어졌다.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지만, 실은 해발 525m의 나지막한 고개숲길 곳곳에는 역사-자연 관찰로가 조성돼 있고, 숲의 생태와 부근 유적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이화령
이화령은 일제에 의해 1920년대 열린 '신작로'이다. 새재를 대신했던 이 길도 수년 전 이화령 터널이 뚫리면서 한물간 추억의 길이 되고 말았다. 이화령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낙조가 압권이다.
▶영남대로 옛길
문경의 옛길 여행 중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영남대로 옛길'이다. 진남역 인근에 영강의 물줄기를 가로막고 선 깎아지른 벼랑이 있다. 그 벼랑을 타고 오르내리는 좁디좁은 길이 영남대로 옛길이다. 예전 부산 동래와 한양을 잇던 중심길인 영남대로 중 옛 모습이 잘 보존된 길이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C~새재.
보고 즐길 거리
문경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문경온천(054-571-2002)은 지하 900m에서 분출한 오렌지 빛 칼슘 중탄산 온천수와 지하 750m에서 솟는 푸른색의 알칼리성 온천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가은선 폐선을 이용한 문경철로자전거도 색다른 즐길 거리. 이밖에도 문경엔 문경관광사격장과 문경석탄박물관 등이 있다. 문경읍 당포리는 드라마 '황금사과'의 촬영배경이기도 하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3)
맛집
◇초곡관: 문경새재 입구에 위치한 '새재초곡관'(054-571-2320)은 문경약돌돼지 구이(1인분 8000원), 도토리손칼국수(5000원)와 초곡정식(1만2000원)이 별미. 게르마늄과 셀레늄 등을 함유한 거정석(약돌) 분말을 첨가한 사료로 사육한 문경약돌돼지는 쫄깃쫄깃한 육질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는것이 특징.
◇목련가든민박: 새재 입구에 자리한 곳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등 콩 요리로 유명한 집이다. 고소한 순두부(5000원), 계란 대신 고명으로 순두부를 올린 순두부산채비빔밥(5000원)등을 맛볼 수 있다. (054)572-1940  
 
옛길 여기도 좋아요 
 
순천 굴목이재
호남정맥에 우뚝 솟은 순천의 조계산(884m)은 승보사찰 송광사와 봄 풍경이 아름다운 선암사를 동쪽과 서쪽에 품고 있는데, 두 절 집을 이어주는 옛길이 바로 굴목이재다. 걷는 데만 4시간쯤 소요.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이면 가능. 순천시 문화홍보과 (061)749-3022, 송광사 (061)755-0108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주암 나들목→27번 국도(보성 방면)→신평리삼거리→송광사.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857번 지방도(순천 방면)→죽학삼거리→선암사.

대관령 옛길
백두대간 대관령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가장 큰 고개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온전한 옛길은 강릉 어흘리 대관령박물관 앞에서부터 지금은 지방도로 강등(?)된 대관령 옛 고속도로와 만나는 반젱이까지의 5㎞ 구간. 나그네들이 여행길의 안전을 빌었던 돌무덤과 목을 축이던 주막터 등 조상들이 괴나리봇짐에 짚신을 신고 걸었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 가능. 오르는 데는 4시간, 내려서는 데는 3시간 소요. 강릉시 문화관광과 (033)640-4545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횡계 읍내(대관령 방면)→456번 지방도→(구)대관령 하행휴게소. 주차를 하고 지방도를 따라 10분쯤 걸어 내려가면 옛길 시작점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울진 삿갓재
낙동정맥의 삿갓재로 오르는 길목인 울진 소광리는 ‘소나무의 왕자’ 금강송(金剛松)이 군락을 이뤄 자라는 곳이다. 임도로 연결된 삿갓재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키가 20~30m에 이르는 금강송이 빼곡한 솔밭 산책만으로도 황홀하다. 유치원생도 가능. 왕복 2시간 소요. 울진국유림관리사무소 (054)783-1009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7번 국도→동해→삼척→울진→36번 국도→불영계곡→불영사→광천교(우회전)→917번 지방도(비포장)→4.6㎞→자수정광업소 갈림길(우회전)→2.2㎞→황장봉계표석→6.5㎞→금강송림

영주 고치
하늘이 점지해준 명당이 존재한다는 양백지간(兩白之間)은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를 말한다. 소백이 끝나고 태백이 시작하는 고개인 고치령 정상의 산신각엔 금성대군과 단종대왕이 모셔져 있다. 순흥으로 유배당한 금성대군이 밀사를 보내 영월 청령포에 갇힌 단종과 소식을 주고받을 때 이 고치령을 넘나들었다고 한다. 고갯길은 승용차도 통행 가능. 도보로 넘는 데는 총 7~8시간 소요. 소백산국립공원(www.npa.or.kr/sobaek) 관리사무소 (054)638-6196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931번 지방도→풍기→순흥→단산→좌석리→고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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