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대를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배은미
너무 오랫동안 기다림이란 이름이
내 삶을 지배해 온 것 같습니다
기다림보단...,
마중 나가 만나지는
그런 일상의 그대를 가지고 싶은데
늘 이렇게 기다리다
세월을 말없음으로 대답하는
버릇만 가지게 됩니다
조용한 바람 한 점에도
서걱이는 가슴인데
온 종일 휘몰아치는 바람보다
어쩌면 더 지독한 그대는
너무도 차가운 호수를 닮았나 봅니다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 이렇게 그대를 기다리지만
참으로 기다림이란 하면 할수록
더 아픈 마음을 가슴에 새기는 일 같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이젠...,
그대를 기다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파서 그대를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화석처럼 박혀 기다리지 않아도
제 스스로 기다릴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 다시는..다시는..
그대를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