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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겨울 맛 !기행

☞건강·생활·웰빙/먹거리·웰빙음식

by 산과벗 2008. 2. 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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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서 뽀얗게 먼지 앉은 CD 한 장을 꺼냈다. 그룹 '푸른하늘'의 노래 '겨울바다'. 시린 바다 넘실대는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며 듣기엔 그만이다.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엔 미처 녹지 않은 눈이 겨울산을 덮고 있었다. 그건 일종의 '전주곡'이었다. 겨울바다를 향하는 여행객의 심장을 때로는 보채고, 때로는 달래 주었다. 강릉을 지나자 드디어 바다. 바람이 꽤 거셌다. 왼쪽 차창으로 세찬 파도가 눈발처럼 부서졌다. 그래, 기다리던 순간이다. CD를 꽂았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겨울바다로 가자 / 메워진 가슴을 열어 보자
스치는 바람 보며 / 너의 슬픔 같이하자

겨울바다로 / 그대와 달려가고파 / 파도가 숨 쉬는 곳에

역시 그랬다. 겨울바다는 '공기청정기'였다. 일상의 찌든 스트레스가 휙휙 날아갔다. 코가 시린 바람, 맹렬한 파도, 얼어붙을 만큼 시퍼런 하늘과 바다. 그게 바로 겨울바다의 묘미다. 뿐만 아니다. 해안을 타고 달리는 7번 국도에는 곳곳에 겨울 별미가 포진해 있다. 속초에는 '말짱 도루묵'에서 '금 도루묵'이 됐다는 도루묵, 삼척을 지나 울진에 들어서면 통통하게 살 오른 대게, 포항으로 가면 바닷바람에 촉촉히 몸 말린 과메기가 제철이다. 바다로 마음 씻고, 별미로 몸 씻고.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다.

때마침 방학이다. 마땅한 추억거리가 없다면 동해안으로 가자. 7번 국도 곳곳이 맛과 멋의 '포인트'. 가자, 겨울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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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도루묵 톡톡 터지는 알 맛

 


속초.양양 등 북부 동해안 포구의 도루묵 잡이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겨울철 별미인 도루묵은 매년 11월 중순께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 잡힌다. 몸길이 26㎝가량, 수심 200~300m 사이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겨울이 되면 산란을 하기 위해 수심 얕은 연안 가까이로 올라오는 바람에 우리들 식탁에 오르게 된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맛 하며, 연하고도 담백한 살집의 맛은 단연 겨울의 별미라 할 만하다.
'도루묵'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 대신 옛적에는 '목어(木魚)'라 불렸다 한다. 어떤 곡절로 도루묵이 됐을까.
도루묵에 얽힌 이야기, 속초.양양 등지에서 도루묵을 제대로 먹거나 사는 요령 등을 알아봤다. 양양 토박이며, 동해안 전문 여행기획자인 황영철(40)씨가 도움을 줬다.

<속초.양양>

기구하다, 도루묵 팔자

생선 중에서 도루묵만큼 사연 많은 놈도 없다. 도루묵은 일찍이 조선 선조 임금과 인연을 맺었다. 임진왜란 당시 피란길에 들른 어느 어촌에서 임금은 도루묵을 진상 받았다. 당시에는 귀한 생선을 '은어(銀魚)'라 칭하고, 흔하디 흔한 탓에 서민이나 먹던 생선은 '묵'이라 불렀다 한다. 평상시라면 도루묵은 임금에게는 올리기 어려운 생선이었다. 허기가 졌던 선조는 도루묵에 반해 '앞으로 이 생선을 은어로 부르라'며 도루묵을 '특급 승진'시켰다. 전쟁이 끝난 뒤 선조는 다시 도루묵을 찾았다. 처지가 바뀐 탓인가. 도루묵 맛은 실망스러웠다. 선조는 '이 생선을 다시(도로) 묵이라 부르도록 하라 '고 내쳤다. 입맛의 변덕스러움이란 이런 것인가.

도루묵은 조선 중기 문신인 이식(1584~1647)의 '환목어(還木魚)'라는 시에서 위로를 받는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은 아니라네'.

사람들은 흔한 것의 가치를 알아볼 줄 모르는 법이다. 도루묵은 너무 쉽게 잡혔다. 동해안에서는 개도 안 물어 갈 만큼 흔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원폭 피해를 치료하는 데 특효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팔자가 바뀐다. 일본으로 거의 전량 수출돼 국내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생선'으로 승격했다. 몇 해 전에는 '백혈병을 예방하는 성분도 있다'고 알려져 지금도 상당한 어획량이 대한해협을 건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안수산연구소에 따르면, 바닷물 수온 변화로 도루묵 어획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도루묵이 산란을 할 만한 해조류가 줄어드는 탓이다. 70년대에는 한 해 2만5000t이 잡혔으나, 최근에는 1500~5000t이 고작이다. 그나마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으니, 도루묵은 '말짱 도루묵'에서 '금도루묵'이 됐다 할 만하다. 여기서 사족 하나. '헛되이 수고만 하고 보람이 없는 것'을 흔히 '도루묵'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도로무익(徒勞無益)'이다. 애꿎은 생선은 들먹이지 말자.



도루묵
시원한 찌개, 고소한 구이

은가루를 칠한 듯 생김새가 매끈하고, 다른 생선들처럼 비린내도 거의 나지 않는 게 도루묵의 특징이다. 보통은 찌개를 끓여 먹는다. 시원한 국물 맛 덕에 숙취를 해소할 때, 또는 입맛이 없을 때 딱이다. 무를 큼직하게 썰어 냄비에 깔고 물이 팔팔 끓을 때 도루묵을 집어넣는다. 살이 연한 덕에 금세 익는다. 오죽하면 '도루묵은 겨드랑이에 넣었다 빼도 먹을 수 있다'고 할까.

도루묵찌개가 맛있는 식당을 추천하자면, 양양 시내의 팔복식당(양양읍 남문1리, 033-671-0021)을 꼽을 수 있다. 하루 전부터 숙성시켰다는 양념에 맛의 비결이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덩치만큼 양도 푸짐하다. 대여섯 명이 먹을 만한 찌개가 3만원 정도. 속초 시내에선 '88생선구이집'(속초시 중앙동 468의5, 033-633-8892)이 유명하다.

도루묵을 구워서도 먹는다. 갓 잡아올린 도루묵을 석쇠에 올리고, 왕소금을 뿌리며 굽는다. 이때는 한쪽 면이 완전히 노릿노릿하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 뒤집는다. 살이 연한 탓에, 뒤척거리면 살점이 석쇠에 달라붙어 모양이 망가진다. 먹는 데도 방법이 있다. 다 익은 도루묵을 통째 들고서 꼬리 부분을 손끝으로 꼭꼭 몇 번 눌러준다. 그다음 머리 부분을 잡아당기면 등뼈가 쏙 빠져나온다. 도루묵구이는 식당보다 포장마차에서 연탄불로 구워먹어야 제격이다. 속초 동명항 앞, 그리고 속초 영랑동 속초등대 인근에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포장마차촌이 있다. 저녁 7시쯤부터 밤늦게까지 영업한다.



동명항 어시장
경매 뒤 끝을 노려라

도루묵을 가장 싸게 사려면 포구로 간다. 밤새 잡은 물고기를 보통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정도 경매에 부치는데, 경매가 끝나면 어촌 아낙들이 도루묵 등 생선을 펼쳐놓고 판다. 살짝 눌렸다든지, 찌그러졌다든지 해서 상품가치는 떨어지지만 어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싱싱한 것들이다.

이외의 시간대에 도루묵을 사고 싶다면 속초 중앙시장이나 양양 어시장으로 가면 된다. 값은한 두름(20마리) 기준으로, 알을 밴 암도루묵이 2만8000~3만2000원 선이다. 속초 중앙시장에는 재래시장과 종합상가가 함께 모여 있으며, 상가 지하에는 횟집도 있다. 매월 첫째.셋째주 일요일에는 상가를 열지 않으니 유의할 것.

양양어시장은 속초 중앙시장보다 규모가 작다. 대신 양양 인근의 물치항.수산항.남애항 등에서 잡아온 생선을 어부들이 직접 팔러 온다. 속초 중앙어시장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갓 잡아온 싱싱한 생선들로 풍성하다.





그래도 회가 아쉽다면

'이곳은 100% 순수자연산만 취급합니다. 양식어종 발견 시 포상금을 드립니다'. 속초 동명항 활어센터 입구의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동명항활어센터에는 15곳의 횟집이 모여 있다. 속초 어민들이 잡아온 자연산 활어를 쓴다는 게 이곳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곳 생선은 양식산에 비하면 크기가 잘다. 가격도 저렴한 편. 3~4명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횟감이 3만원 정도다. 횟감 구입 비용의 10%를 내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준다. 또 상추.깻잎.고추장 등을 각각 1000원 단위로 판다. 포장마차 같은 자리에서 먹는다는 게 단점. 스무 마리에 1만원 하는 산오징어가 요즘 가장 인기있는 횟감이라 한다.



■주변 볼거리

속초 8경(景) 중 제1경인 속초등대(033-633-3406)가 관광명소로 새 단장했다. 지난 연말에 옥외전시실과 홍보관.옥외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추게 된 것. 속초시 동명동 영금정 앞 돌산에 위치해 있다. 입장료 무료. 한화콘도 설악점 부지에 생긴 설악씨네라마(seorakcinerama.co.kr, 033-635-7711)도 새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드라마 '대조영'을 촬영하고 있다. 고구려 성곽, 관아와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4800원. 설악워터피아 입장권을 가지고 오면 연말까지 입장료를 50% 깎아준다. 도루묵을 맛 보고 이들 명소를 구경하는 1박2일 상품도 나와 있다. 27일 오전 8시 서울에서 출발한다. 도루묵찌개.모듬생선구이.섭국을 식사로 먹는다. 동명항활어센터도 방문하는데, 여행사 측에서 4인 기준으로 횟감 구입비 3만원씩을 지급한다. 참가비는 2인1실 기준으로 어른 7만9000원, 어린이 6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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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대게 쏙쏙 빼먹는 집게 맛

 


7번 국도에서 대여섯 시간째 운전 중이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다.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겨울 해수욕장과 어촌 풍경에 입이 벌어진다. '우와, 바다는 역시 겨울바다야!'

7번 국도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는 양념이다. 차를 잠시 갓길에 세우고 5분만 감상해도 좋다.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겨울 파도가 장관이다. 전망대 휴게소에서 파는 따끈한 커피 한잔도 그만이다.

강원도 삼척.동해를 지나 경북 울진으로 접어들었다. 울진에는 큰 항구가 두 개다. 후포항과 죽변항. 후포항은 1960년대 전국에서 어획량이 수위를 다투던 곳이었다. 꽁치가 무진장 잡힌 때문이다. 울진 토박이들은 지금도 말한다. "그땐 지나는 강아지도 1000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어." 그런데 울진 대게가 많이 나오는 항은 죽변항이다. 해서 울진 시내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죽변항부터 찾았다. 밤바다에 정박한 어선의 '오징어불'이 아름답다.

다음날 오전 6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죽변항 공판장으로 갔다. 중매인 40~50명이 벌써 나와 있었다. 매일 아침(오전 6시30분~10시) 여기서 해산물 경매가 열린다. "삐익, 삐~이~익!" 호각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항구 옆에 바짝 붙여 세운 어선에서 박스들이 줄지어 내려온다. 상자 가득 대게가 담겨 있다. 그걸 우르르 바닥에 쏟아낸다. 공판장은 순식간에 붉은 색 천지다. 50m는 족히 넘는 통로에 대게가 쫙 깔렸다. 이야, 말 그대로 '게판'이다.

"자, 여기 대게. 모두 773마리. 그냥 750마리로 하면 되겠네. 물건도 좋네." 경매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중매인들이 분필을 꺼낸다. 조그만 나무판에 저마다 가격을 적는다. 경매가는 절대 비밀이다. 중매인들이 내민 나무판을 진행자만 살짝 살짝 들춰 본다. 그리고 최고가만 부른다. "3750원!" 그럼 낙찰이다. 큼직한 대게가 마리당 3750원. 싸다, 정말 싸다. 그런데 구경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경매 참가는 중매인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변항의 횟집 주인들도 중매인들에게서 다시 대게를 구입해야 한다. 울진군청 조태석 수산계장은 "후포항에선 매주 토요일(오전 8~9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게 한정 경매(200마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경매 시작 20분 전까지 후포 수협(054-787-1337)에 예약해야 한다. 단, 배가 안 나가는 셋째주에는 경매가 없다.

'삐~익, 삐~익!" 저 아래서 또 호각 소리가 난다. 중매인들이 그곳으로 몰려간다. 이번엔 어른 머리통만한 문어와 자연산 참가자미, 먹물을 쭉쭉 내뿜는 오징어들이다. 찬바람이 뺨을 때리지만 공판장은 활기가 넘친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공판장 곳곳에서 장작불을 때고 있다. 불을 쬐며 전해지는 온기가 또 '별미'다.

죽변항 공판장
울진은 지금 '게판'

죽변항 포구에는 횟집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에서 대게를 먹을 수 있다. "어른 1인분은 대게가 몇 마리죠?" 신흥상회의 김형철(59)씨는 "게를 즐기면 2마리, 아니면 1마리면 된다"고 한다.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르지만 마리당 1만원짜리면 충분하다. 식탁에 오른 게는 김이 모락모락 난다. 가위로 게살을 고른 뒤 한입에 넣었다. 조금 전만 해도 집게질을 하던 놈이라 싱싱하다. 부드럽다. 말랑말랑한 회를 먹는 기분이다. 게살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번진다. 이게 진짜 게 맛이다 싶다.

대게는 10개의 다리 중에서 집게살이 유독 맛있다. 토돌토돌한 살점은 입에 넣기 무섭게 녹아내린다. 고소하면서도 산뜻한 맛.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게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게맛의 하이라이트는 게장이다. 납작한 뚜껑을 벌리면 자작자작 게장이 들어 있다. 거기에 밥과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어 비빈다. 그리고 몸통에서 발라낸 게살을 떼서 얹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마침 옆자리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앞에 놓인 소주잔에 번갈아가며 손을 담그는 게 아닌가. 주인에게 물었다. "뭘 하는 거예요?" 재미있는 답이 돌아왔다. "먹고 나서 비누로 씻어도 게 냄새가 남는다. 그런데 먹다 남은 소주나 맥주로 손을 씻으면 싹 없어져요." 따라해 봤다. 정말 그랬다. 알코올로 닦은 것처럼 순식간에 게 냄새가 사라졌다.


대게, 과연 언제부터?

궁금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서 대게를 먹기 시작했을까. 울진 시내에서 후포항 방향으로 가니 '거일리'라는 어촌이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경상도 사투리로 '끼알(게알)리'라고 부른다. 이곳에 '울진대게 유래비'가 서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도 대게에 관한 기록이 있다.

근처에서 방명록(71.울진군 평해읍 거일2리) 씨를 만났다. 어릴 적 그의 집에는 배가 네댓 척이나 있었다고 한다. "조상 때부터 이 마을은 대게를 잡았지. 주위에 논밭이 전혀 없어도 대게 덕분에 옛날부터 부촌이었어." 일제시대만 해도 어선은 모두 무동력선인 돛단배였다. 그런데 해안에서 대게가 많이 나는 왕돌잠까진 23㎞나 됐다.

나침반도 없던 시절, 그 먼 바다까지 어떻게 나갔을까. "뱃사람들은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까지 나갔어. 거기서 대게가 잡혔거든. 바다에선 지평선 위에 솟은 산봉우리만 보고 배의 위치를 확인했어. 당시에는 대게를 잡으러 그 먼 바다까지 갈 수 있는 배가 거의 없었거든."

한국전쟁 후에 대게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냉장기술이 없었지. 그래서 대게 통조림을 만들었어.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했지. 그것도 박달게로만 말이야." 요즘은 대게 중에서도 왕대게인 박달게는 거의 안 잡힌다. 서너 마리 구하는 것도 공판장에서 1주일씩 기다려야 할 정도다. 귀한 만큼 가격도 비싸다. 요즘은 마리당 수십만원에 달한다. 사람들이 시끌시끌할 땐 울진에선 지금도 이런 표현을 쓴다. "거일 동네 게 배 들어왔어? 왜 이렇게 시끄러워!" 보부상이나 방물장수에 의해 이웃 마을까지만 명성이 알려졌던 '대게'가 전국적 지명도의 별미가 된 것도 불과 10여 년 전이다.

<울진>



대게를 찔 때는 …

대게를 산 채로 찌면 다리가 떨어지기 쉽다. 대게는 주로 3℃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산다. 그래서 뜨거운 물을 부으면 쉽사리 죽는다. 살아 있는 대게는 뜨거운 물에 살짝 담근 뒤 찌는 것이 좋다. 20~25분 정도 찌면 된다. 중간에 솥뚜껑을 열면 몸통 속 게장이 다리 쪽으로 흘러들어간다. 되도록 뚜껑을 열지 않는 게 좋다.

사실 대게는 조업 기간이 11월부터 5월 말까지다. 나머지 기간에는 어획이 금지돼 있다. 이때는 주로 북한산이나 러시아산 대게가 팔린다. 그러나 조업 기간에는 진짜 울진대게를 먹을 수 있다. '그럼, 암게가 맛있을까, 수게가 맛있을까.' 이런 궁금증도 많다. 그러나 암게는 아예 먹을 수가 없다. 법으로 조업이 금지돼 있다. 암게 한 마리가 낳는 알의 수가 10만 개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에서 사먹는 대게는 모두 '수놈'이다. 실제 게살 맛도 수놈이 더 낫다고 한다.

대게는 크기를 잴 때 다리 길이를 재지 않는다. 몸통의 세로 길이를 잰다.

주변 볼거리

울진에는 유명한 온천도 두 군데나 있다. 바로 백암 온천과 덕구 온천이다. 바닷가에서 대게를 배불리 먹은 뒤 휴식을 취하기엔 온천이 그만이다.



배달은 … (지역번호 054)

·신흥상회 782-5145, 죽변항, 대게 마리당 9㎝ 6000원, 10~11㎝ 1만원, 15~16㎝ 3~4만원, 문어(사진) ㎏당 2만원, 자연산 잡어회 ㎏당 2만원

.울진대게 후계자 식당 783-8918 ,죽변항

.죽변방파제 7호 횟집 783-9713, 죽변항

.울진대게총판 788-3303, 후포항

.삼풍수산 788-2026, 후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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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과메기 꾸덕꾸덕 씹히는 속살 맛

 

"찬 바람에 눈발이 섞여 날리는 요맘때면 돌미역에 둘둘 만 과메기 생각이 간절해요. 물론 소주 한잔도 빠뜨릴 수 없지요."

포항이 고향인 김경석(39.서울 마포구 염리동)씨는 사계절 중 겨울이 최고란다. 추위를 잘 견디는 살점 좋은 체구도 아닌데 단지 고향의 맛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과메기 때문이란다.

"과메기의 매력은 비릿한 향기에서 시작됩니다. 그 향기에는 다른 생선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포항 앞바다의 향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20년 가까운 타지 생활로 '서울 뺀질이'가 다 됐다면서도 고향의 맛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이다.

김씨가 말하는 과메기는 꽁치나 청어를 코다리나 피데기(오징어)처럼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 김씨는 비릿한 '향기'라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냄새'란 표현이 적확할지 모른다. 그래도 코끝에 와 닿는 그 냄새가 다른 생선과 달리 거부감이 없다. 찬 겨울바람에 생선살이 상하지 않고 마른 때문일 것이다.

7번 국도를 남쪽으로 달려 닿는 호랑이 모양 우리나라 지도의 꼬리 부분, 포항 구룡포. 차에서 내리자 공기부터 다르다. 차긴 찬데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없다. 산을 넘어온 건조한 북서풍이 동해의 해풍과 만나서 그렇단다.

"과메기 맛의 원천은 바람입니다. 바람의 온도 차가 심하면 과메기가 황태처럼 푸석푸석해지지요. 센 바람이 불면 겉껍질만 말라 속살이 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과메기를 '바람의 아들'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과메기 전문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구룡포 산호수산 안구진 대표의 설명이다. 동해안에 볕이 좋고 바람 센 곳이 많지만 굳이 과메기의 80%가 구룡포에서 생산되는 까닭이기도 하단다. 사실 과메기는 10여 년 전만 해도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들의 한철 별미로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특유한 풍미와 함께 건강식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로 퍼져 나갔고, 얼마 전부터는 겨울 별미를 꼽을 때 엄지손가락 자리다툼에 빠지지 않는 명물 반열에 올랐다.



원조는 청어, 요즘은 꽁치

청어 과메기든 꽁치 과메기든 이름이 생뚱맞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물고기의 눈을 나뭇가지에 꿰어 말렸다는 의미의 관목어(貫目魚)가 발음이 변했다는 얘기고, 다른 하나는 꼬아 묶어 말렸다는 뜻이란 설이다. 어쨌든 원래 과메기의 재료는 청어였다. 겨울철 부엌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맛있는 과메기가 제조(?)됐다고 한다. 그러나 청어의 어획량이 '말려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지 않게 되자 꽁치로 대체됐다는 것. 그런데 꽁치는 동해에서 잡는 것이 아니다. 북태평양에서 잡은 원양산이다. "겨울철 동해에서 잡히는 꽁치는 크기가 작습니다. 살이 실하지 않아 과메기를 만들어도 맛이 떨어지지요. 그래서 원양산 꽁치를 쓰는 거지요." 산호수산 안 대표의 설명이다.

꽁치 과메기도 두 가지가 있다. 한 마리를 통째로 말린 '통과메기'랑, 반으로 갈라 내장 없이 말린 '배지기'다. 통과메기는 말리는 데 보름이나 걸리고, 먹기 전에 다시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배지기가 등장했단다. 요즘은 모양새를 중시하는 도시인들을 겨냥한 배지기의 돌연변이 '발과메기'란 것도 눈에 띈다. 배지기를 발에 펴서 말린 것인데 기름 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구룡포 원경식당 박경숙 사장은 "통과메기는 꽁치 내장 맛이 생선살 속으로 녹아들어 더욱 독특한 맛을 내지만 날 생선을 오랜 기간 말려야 하는 부담 때문에 생산 어민들도 기피한다"고 말했다. 실제 구룡포는 물론 죽도시장의 상점이나 음식점에서 만난 과메기는 대부분 배지기였다.



갈비집에서 과메기를 ?

국내 최대의 과메기 산지인 구룡포. 묘하게도 음식점 간판이나 메뉴판에서 과메기란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과메기 전문점이 없는 것이다.

"구룡포는 과메기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덕장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지만 외지 소비자들이 과메기를 사거나 맛을 보려면 다소 불편할 것입니다. 서울로 친다면 소매가 드문 도매시장 개념이라고 할까요?"

신랑 따라 포항으로 이사왔다는 새내기 주부 김현경(32)씨의 말이다. 그리곤 횟집으로 불쑥 데리고 들어간다. 메뉴판에도 과메기가 없다. 돌연 생선회와 소주를 주문한다. "난, 과메기를 먹어야 하는데…. " 볼멘 소리를 내자 빙그레 웃고 만다. 그런데 잠시 뒤 과메기가 불쑥 등장한다. 껍질 벗은 과메기가 배춧잎.돌미역.실파.풋고추.마늘에 둘러싸여 뻘건 초고추장과 함께 한상 가득 차려진다. "구룡포에서 과메기는 기본 곁반찬입니다. 겨울이면 갈비집에서도 과메기를 돈 안 받고 냅니다." 음식점 주인 문순남씨 설명이다.

배춧잎 위에 바다내음 물씬 나는 돌미역 올리고, 초고추장 양념에 과메기.실파.풋고추.마늘을 더해 단단하게 쌈을 싸서 입에 넣는다. 비릿하며 꾸덕하게 씹히는 과메기 살에 맵고 아삭하게 씹히는 실파.풋고추.마늘 맛이 어우러져 상큼하다. 초고추장의 톡 쏘는 새콤함도 한몫 거든다. 씹을수록 독특한 과메기의 고소한 맛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꽁치의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 때문인지 소주 몇 잔을 연거푸 마셔도 쉽게 취하지 않는다.

좋은 과메기는 윤기 나는 푸른 빛깔에 속살이 불그레하다. 크기가 일정하고 살집에 적당한 탄력이 있다. 만져서 물렁물렁거리면 덜 마른 것, 딱딱하면 너무 마른 것이므로 피한다. 죽도 시장에 가면 청어 통과메기(10마리 한 두름에 1만원), 꽁치 통과메기(20마리 한 두름에 6000원), 꽁치 배지기(20마리 한 팩에 1만원)를 살 수 있다. 채소를 일일이 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배추.생미역.실파.마늘 등이 들어 있는 채소 세트(2000원)와 초고추장(2000원)도 판매한다. 구입해 집에서 먹을 땐 껍질을 벗겨 한입 크기로 썰어내는데 껍질은 머리 쪽부터 벗기면 한번에 쉽게 벗겨진다.

<포항>




과메기의 영양

포항 현지에서 통과메기는 한 마리에 300원인 셈. 그런데 영양적으로는 쇠고기보다 월등 뛰어나다. '과메기 박사'로 통하는 포항1대학 부설 해양식품연구소 오승희 교수는 "과메기에는 머리에 좋은 DHA와 성인병 예방효과가 뛰어난 불포화지방산 EPA의 함량이 등푸른 생선의 대표로 꼽는 고등어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과메기는 또 숙취 해독과 노화방지, 미용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성분도 많다. 토코페롤(비타민E)과 칼슘의 경우 과메기는 100g당 각각 1.31mg, 58.4mg으로 고등어 0.96mg, 38.2mg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변 볼거리

호랑이 모양인 우리나라 지도의 꼬리부분이 호미곶이다. 매년 1월 1일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하다. 포항에 갔다면 굳이 새해 첫날이 아니더라도 이른 새벽 서둘러 해돋이를 보는 것이 좋다. 구룡포에서 호미곶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적극 추천이다. 포항의 또 다른 명물은 죽도시장.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이다. 펄펄 살아 있는 생선을 골라 즉석에서 회를 떠먹을 수 있다. 요즘은 과메기뿐 아니라 피데기도 인기다. 싱싱한 대게.대구.아귀.생태 등을 몇 마리씩 바구니에 담아 1만원에 파는 곳도 있다.



배달은 … (지역번호 054)

·산호수산 244-3507, 한 두름 1만원, 채소세트 7000원, 택배비 3000원

·이동상회 243-8546, 15마리 1만원, 20마리 1만2000원, 채소세트 6000원, 택배비 4000원

·수현상회 242-3511, 15마리 1만원, 20마리 1만2000원, 채소세트 6000원, 택배비 4000원
출처 :꿈하나 사랑하나 원문보기 글쓴이 : 고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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