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의 작품화
염려(艶麗)하지는 않지만 청초한 잎, 순백한 꽃의 자태, 농적(濃赤)과 담록(淡綠)의 강인한 뿌리, 은근하면서도 산뜻한 향기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족을 못쓰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풍란은 착생란이기 때문에 돌, 헤고, 나무껍질, 기와, 화분, 도자기 등 착생시킬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다른 난에 비하여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점이 풍란 재배의 재미를 더하는 점일지도 모른다. 어디에 착생시키든 죽죽 뻗은 뿌리만 보아도 매료되는 것이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으니 빼어난 돌에다 착생시켜 돌과 난의 상호보완적 조화미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풍란 석부작의 요체는 실경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떻게 실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드느냐가 문제인데, 어떤 돌에다 어떤 풍란을 착생시킬 것인가 하는 것을 우선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제주경석이건 석회석이건 풍란 뿌리만 잘 뻗으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관상가치가 있겠으나 작품이란 말을 하기에는 주저함이 따른다.
풍란은 분에다 이끼 등의 식재를 사용하여 기르는 것이 무난할 것이나, 설악산의 암벽경(岩壁景)을 연상하는 실경연출도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