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풍란 석부작의 요령과 관리

☞나의 포토갤러리/일상.맛집

by 산과벗 2018. 7. 4. 11:32

본문

풍란의 작품화

염려(艶麗)하지는 않지만 청초한 잎, 순백한 꽃의 자태, 농적(濃赤)과 담록(淡綠)의 강인한 뿌리, 은근하면서도 산뜻한 향기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족을 못쓰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풍란은 착생란이기 때문에 돌, 헤고, 나무껍질, 기와, 화분, 도자기 등 착생시킬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다른 난에 비하여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점이 풍란 재배의 재미를 더하는 점일지도 모른다. 어디에 착생시키든 죽죽 뻗은 뿌리만 보아도 매료되는 것이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으니 빼어난 돌에다 착생시켜 돌과 난의 상호보완적 조화미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풍란 석부작의 요체는 실경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떻게 실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드느냐가 문제인데, 어떤 돌에다 어떤 풍란을 착생시킬 것인가 하는 것을 우선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제주경석이건 석회석이건 풍란 뿌리만 잘 뻗으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관상가치가 있겠으나 작품이란 말을 하기에는 주저함이 따른다.

풍란은 분에다 이끼 등의 식재를 사용하여 기르는 것이 무난할 것이나, 설악산의 암벽경(岩壁景)을 연상하는 실경연출도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다고 여겨진다.

풍란의 선택

풍란이 무자비한 남획으로 거의 멸종상태에 이르렀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귀를 막고 싶었는데, 근년에는 조직배양 등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자연보호와는 무관하게 풍란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그분들의 노고에 대하여 충심으로 감사드린다.

석부작에 쓰일 풍란은 엽세가 좋고 뿌리가 굵은 것을 고르는 게 좋으며, 대/소엽을 막론하고 장엽보다는 단엽이 좋다. 왜냐하면 석부에 쓰일 돌에 대해서는 뒤에 언급하겠으나 수석은 축경(縮景)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여기에 착생시킬 풍란의 잎이 너무 길거나 크다면 균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차츰 자라게 되어 잎이 커질 때까지 감안하여 석부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엽의 풍란은 긴 입석이거나 암형(岩形)의 돌에다 붙이면 무난하다고 본다.

01.jpg 02.jpg

돌의 선택

풍란 석부작에 사용되는 돌은 입석(立石)이거나 바위형(岩形)이 어울린다.

석질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석질이 좋은 남한강 오석 등에도 풍란을 붙여보니 너무 단단하여 안될 것 같았으나, 오히려 물씻김(水磨)이 잘된 돌이 피부가 매끄러워 뿌리가 잘 뻗어 나갔다.

질이 강한 돌은 습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는 수태로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돌갗이 거칠면 뿌리가 뻗어가다 돌주름 사이에서 성장이 멎을 수도 있으니, 이 틈새에 이끼를 채우는 등 뿌리 뻗기를 도와주면 된다.

문제는 돌의 형태다. 수석에서 말하는 산수경석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축경(縮景)인 산수경석에 실물인 풍란을 붙이면 그 경정(景情)이 수려할지라도 몽돌로 전락해 버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석부작에는 입석이나 바위형이 무난하다. 가능하면 하늘을 찌르는 기상의 돌로서 굴곡에 힘이 들어있는 운근석(雲根石)이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밑밑한 돌보다는 한군데 풍란을 모실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것이 운치가 있다. 

돌의 색깔은 검은색이 흰 색깔의 뿌리와 조화를 이루어 보기에 좋은데, 돌의 색깔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단, 흰색의 돌은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03.jpg 04.jpg

돌의 연출

석부할 돌이 자려으로 서지 못하거나 불안정하여 쓰러지기라도 하면 애써 가꾼 석부작이 망가질 수 있으니 이를 고정시켜야 한다. 고정하는 방법으로 돌의 밑면을 다이아몬드 톱으로 싹뚝 자르는 사람도 있으나, 가급적 밑면 절단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밑면을 절단하지 않고 고정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두어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는 나무로 보조받침을 만드는 방법이다. 수석가게에서 좀 단단한 목재로 돌의 밑자리 구멍만 파고 실톱으로 그 둘레를 자르면 된다. 값도 수석 좌대에 비하면 헐값이다.

둘째는 시멘트로 보조받침을 만드는 방법이다. 시멘트로 보조받침을 만들고는 돌을 빼내고 굳기를 기다리면 된다. 이 때도 돌과 시멘트의 보조받침을 각각 분리시킬 것을 권한다.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나 시멘트로 보조좌대가 완성되면 분재용 분을 사용하여 연 출하면 된다. 분의 크기, 높이와 색깔 등은 돌과의 조화를 고려할 일이다. 여기에 덧붙일 것은 분재분에도 돌을 연출할 경우 분의 표면에 부드러운 이끼를 심어 키우면 이끼가 돌에도 퍼져 자연미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밑면이 반듯하여 맨 수반에 연출이 가능한 돌은 돌색깔에 어울리는 수석 수반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고태가 나는 돌이라면 녹청처리가 된 동수반(銅水盤)을 사용할 경우 돋보이게 될 것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각자의 심미안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석부의 방법

 풍란을 돌에 고정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순간접착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우선 지저분한 뿌리를 대강 정리하고 묵은 뿌리를 사방으로 펴서 뒷면에 이쑤시개 등으로 접착제를 발라 고정시킨다. 이때의 접착제 양은 뿌리가 붙을 정도로 최소한의 양으로 한다. 뿌리에 바른 접착제의 양이 많으면 흘러 내리어 돌을 버릴 염려가 있고, 물을 주면 접착제가 허옇게 피어나와 보기가 흉하다.

접착제는 목각용(木刻用)이 적합하다. 일반 순간접착제는 뿌리가 상하지만 목각용은 뿌리가 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 뿌리가 묵은 뿌리에서 다시 내리는 경우도 있다.

풍란을 돌 표면 전체에다 붙이는 것보다는 몇 촉을 포인트 지점에다 다소곳이 부착시킨다던가, 또는 한 곳에 20촉 정도 부착시켜 풍성함을 보이게 하는 등 돌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선택한다. 대엽풍란은 두서너 촉이 적당하다.

05.jpg 06.jpg

07.jpg 08.jpg

석부의 시기

풍란 석부작의 성공 여부는 석부의 시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란석부의 시기는 풍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으나 뿌리가 한창 뻗는 4월~6월까지가 적합하다.

풍란이 자력으로 뿌리를 돌에다 활착시키면 대개의 경우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싱싱해 보이던 풍란이 어느날 갑자기 잎이 떨어져 내려 참담한 기분을 경험한 분들도 있으리라 본다. 춘란 등은 잎이 떨어지면 벌브라도 건질 수 있으나 풍란은 그것으로 만사휴의(萬事休矣)다.

7월 이후 풍란을 입수하였다면 분에다 이끼를 재배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며, 다음해 새뿌리가 내릴 때를 기다려 석부를 시도함이 좋을 듯 하다.

09.jpg 10.jpg

석부작의 관리

석부작이 완성되면 곧바로 직사광선을 받게 하는 것보다는 차광을 많이 하여 서서히 적응시키는 요령으로 관리한다.

석부작은 건조하기 쉬우니 물을 자주 주어야 하고, 습도가 충분하고 통풍이 좋은 곳에 두어 관리한다. 물을 주고 싶은대로 주어도 과습의 우려가 없는게 석부작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풍란은 반음지 식물이므로 차광된 햇빛을 받게 하는 것이 좋지만, 뿌리가 뻗을 시기인 봄에는 직사광선을 충분히 받게 하는 게 생장에 도움을 주게 된다. 뿌리가 뻗기 시작할 때 하이포넥스 3천배 희석액을 자주 준다. 간혹 뿌리가 하늘을 향하는 것도 있다. 이것을 억지로 돌에다 붙이면 부러질 우려가 있으니 서서히 교정해야 하는데, 이끼를 사용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풍란은 겨울철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겨울에는 5℃ 정도의 저온에서 관리하되 수분과다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동면에 든 풍란은 그대로 두어야지 가온을 한다던지 난방이 잘 되는 곳으로 옮겨 놓으면, 겨울 동안은 싱싱하나 어느날 잎이 내려 앉아 정나미 떨어지는 암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새 뿌리가 서서히 내릴 때의 즐거움, 이 때 어린 자식놈이 용돈을 달라고 보챈다면 손에 잡히는대로 주게 될 것이다. 유월 어느날 저녁 만개한 풍란의 짙은 향이 사위에 퍼질 때 신선이 된 기분으로 가득 찬 소주잔을 기울일 것이다.

아! 풍란이여, 석부작이여!

전율하듯 가슴을 강타하는 뿌리예술이여. 너로하여 나는 사는 것이 즐겁다.


출처 : 거제자연예술랜드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