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양은주전자 앞에서 숟가락으로 무언가를 떠먹던 소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1995년 환한 웃음을 던지는 여성이
돼 있진 않을 것이다. 2004년 선글라스를 쓴 멋쟁이 아가씨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1970년엔 도처에서 비녀 지른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 1992년까지만 해도 아기를 포대기로 싸안은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사람만 나서 살다가 죽는
게 아니다. 여성의 모습에도 세월 따라 사라지는 게 있고 생겨나는 게 있다.
최민식 씨는 줄기차게 흑백사진만 찍어왔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시장통으로 상가(喪家)로 안 다니는 데가 없다. 그것도 주로 부산 경남 지방을 돌아다닌다. 사람만 찍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것을 쌓아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최근 최씨가 펴낸 사진집 'WOMAN'(샘터 펴냄)에는 40여년에 걸쳐 그가
찍어온 우리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 친숙한 모습을 추려보았다. 사진: 최민식 글: 이인모 기자 이 기사는 지금
발매중인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504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