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시대에 있던 일이라고 전한다. 베르로는 충성스럽고 용감하며 힘이 장사인 장군이었다. 그는 평생 거짓이
없었고, 늘 바른 소리만 했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황제는 그의 충성심과 정의로운 마음에 감탄하여 믿고 의지했다. 황제의 신임을 받는
장군은 간신들한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바른 소리 잘 하 고, 잘못된 일을 보면 참지못하고 바로잡고자 하니, 간신배들은 참으로
그가 두려웟다. ˝베르로 장군을 로마에서 내쫓읍시다. 그것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요.˝ ˝그렇지만 황제가 신임하는 그를 어떻게
내쫓는단 말이오?˝ ˝군인은 적과 싸우는 것이 본분입니다. 그를 전쟁터로 내보내면 될게 아니오?˝ 간신배들은 계략을 꾸며서 그를
전쟁터로 나가게 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올 때가 되면 다시 황제를 꼬드겨서 전쟁터에 남아 있도록 했다. 베르로는 단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황제의 명령에 따랐다. 아무리 어려운 싸움도 그는 용감히 나섰고, 그 때마다 승리로 이끌었다. 베르로 장군 앞에 후퇴나 패배는
없었다. 전쟁터를 떠돌기 어언 십여 년이 흘렀다. ˝이제 그만 돌아와서 짐을 보좌하라!˝ 베르로는 황제의 부름을 받고 로마로
돌아왔다. 그러나 베르로 장군은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황제의 주변에는 간신배들만 들끓었고, 충신은 없었다. 귀족들은 서로 시기하면서 재물
모으기에만 급급했다. 사치와 허영이 로마를 흥청거리게 했다. 백성들도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았고, 터무니없는 유언 비어만 나돌았다.
˝로마는 썩어들어 가는구나! 차라리 전쟁터에서 적과 싸우다가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이 사내답다!˝ 베르로 장군은 황제에게
나아가서 자신의 생각을 아뢰었다. 그러나 황제는 이미 간신배들의 농간에 나랏일을 맡기고 있었다. 황제는 이름만 황제일 뿐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황제 폐하, 베르로를 조심하소서! 그는 지금 황제 폐하의 자리를 넘보고 있나이다. 그를 전쟁터로 내보내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 여봐라! 베르로를 잡아들여라!˝ 황제는 베르로 장군을 잡아들였다. 그리고는 좁은 방에서 젊고 힘센 무사
삼십 명과 싸우도록 했다. 이 형벌은 베르로 장군을 죽이려는 간신배들의 계략이었다. 목숨 바쳐 황제를 지키려는 베르로가 쓰러지면, 그 즉시
황제를 죽이고 자신들이 권력을 잡으려 는 것이었다. 베르로는 젊은 무사 삼십 명과 죽기살기로 싸웠다. 그러나 아무리 산천을 떨게 하던 베르로
장군이었지만, 젊은 무사 서른 명은 벅찬 상대였다. ˝윽!˝ 장군은 칼을 맞고 쓰러졌다. ˝이 때다! 황제를 죽여라!˝
간신배들이 베르로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황제에게 칼을 뽑아들었다. ˝안 된다! 이놈들......˝ 쓰러져 있던 베르로
장군은 다시 칼을 들고 그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간신들의 목을 베어 나갔다. 간신배들을 모조리 처치한 베르로 장군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황제를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폐하, 무사하시니 기쁘옵니다! 오, 폐하......˝ 베르로 장군은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베르로 장군! 내가 그대의 충성심을 모르고 간신배들의 잔꾀에 놀아났구료. 용서하오, 장군!˝
그제서야 장군의 충성심을 깨달은 황제는 몹시 슬퍼했다. 이 때 방패처럼 생긴 빨간 꽃이 베르로 장군의 몸 속에서 피어났다. 이것이
맨드라미다. 맨드라미의 꽃말은 ´방패´, ´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