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이기(李沂, 1848-1909), 桃花-
開時有雨落時風 看得桃花幾日紅
개시유우락시풍 간득도화기일홍
自是桃花身上事 風曾何罪雨何功
자시도화신상사 풍증하죄우하공
필 적엔 비가 오고 질 때는 바람 부니
복사꽃 보자 한들 몇 날이나 붉을손가.
이 모두 복사꽃의 일신상의 일이거니
바람이 무슨 죄며 비가 무슨 공이 있나.
봄비 맞아 꽃이 피더니
봄바람에 꽃이 진다.
열흘 붉은 꽃 없다지만
애써 피워놓고 바람불어 떨구는
그 심사가 얄궂다.
하지만 얄궂은 것이 어디 그것 뿐이겠는가?
또 막상 며칠 더 피어 있단들 달라질 것도 없다.
꽃이야 애석할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는데,
공연히 사람이 저 보기에 서운하다고 안달이다.
꽃을 피운 비가 꽃에게 무슨 공이 있으며
꽃을 떨군 바람이 꽃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따지지 마라. 가르지 마라.
만사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스러질 뿐이다.
자료출처 鄭 珉 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