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간경화로 고생하고 마지막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간을 떼
내준 아들과 딸의 효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달 22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중앙병원 외과 수술실에는 아버지 심재웅씨(58)와 아들 심영선씨(27), 딸
심주영씨(23)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24시간이 경과하고 난 후 아버지는 아들과 딸이 준 간을 성공적으로 이식 받고 의식을
되찾았다.
자신의 간을 떼어 내 주고 나서도 아버지의 의식회복을 기다리던 아들과 딸은 안도의 시선을 거뒀으며 이
모습을 종일 지켜보던 어머니 정경숙씨(51)는 벅찬 감동과 기쁨으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을 부어 안고
소리내 울었다.
하남시 신장1동 LG 마트 건너편에서 ‘청송한우한마당’을 운영하는 심재웅씨(58)는 15년전간염으로
몸에 이상을 느낀 후, 상황이 악화돼 최근까지만 해도 간경화 말기 증세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간이식 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몇 달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통상적으로 간을 이식 받기
위해서는 뇌사자의 간을 공급 받아야 하는데 3-5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그 나마 조건이 맞아야 이식이 가능한 까다로운 여건
이었다.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아버지를 바라보던 심영선씨가 자신이 간을 제공 하겠다면서 병원에 검사를
신쳥해서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병원측이 한 사람의 간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으로 온 가족이 다시 좌절에 빠지자, 어머니가 자신의 간의 제공
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딸인 심주영씨가 어머니를 제지하며 자신의 간을 제공 하겠다고 나섰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간곡한 만류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딸은 “젊은 저희들이 확률이 높다더라”면서
오히려 부모님을 안심 시켰다.
아들 심영선씨는 400g의 간을, 딸 심주영씨는 380g의 간을 떼어내서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드렸고
아버지는 자신의 간을 완전히 도려내고 아들과 딸이 준 간을 새롭게 붙였다.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고 수 없는 자문자답을 했다는 아버지 심재웅씨는 수술 이후 상태가 급속도로
좋아져서 의사들도 놀랄 정도로 빠른 시간에 퇴원해서 지금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들 가족이 나가고 있는 천주교 신장성당 교우들에게 알려져, 교유들이 이들의
수술을 위해서 ‘9일 기도’를 결단 하기도 했다.
거의 1억원에 이르는 수술비와 제반 경비가 부족하자 이웃에서 살고 있는 큰형님과 친인척, 처남, 처제,
2명의 동서들, 고향친구들이 너나 없이 나서서 부족한 치료비를 감당하는데 앞장섰다.
병치레로 힘들만도 하지만 20여년 동안을 큰소리 한번 없이 뒷바라지 해온 어머니는 “하나도 아니고
두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수술대에 실려가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고 했고 아들 딸의 간을 달고 남은 여생을 살아 갈 아버지는
“앞으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돌보며 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큰 일을 한 것도 아니다”면서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아들과 딸은 “아버지는 수술이 끝나서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말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 반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현 세태 속에서
다가오는 심재웅씨 가족의 아름다운 휴먼 스토리는 천주교인과 신장동 주민들의 입과 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교차로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