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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산행/지리산 선유동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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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과벗 2006. 8. 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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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인생살이 무엇을 더 원하리오!
 
 
 
 
< 선유동 무명폭 >

 

선유동 계곡산행

 

2006. 6. 18.

 

의신매표소-무명폭-청학봉지계곡-남부능선길-상불재-불일폭포-쌍계사

 

 

쌍계사 주차장 자판기 커피향이 살랑한 바람탓인지 더 진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자판기 커피는 후르륵 소릴내며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떠올라

나도 후르륵 소릴 내가며 마셔보는데 빈말은 아닌듯

텁텁한 입안을 녹이는 달콤함이 새벽잠 설쳐가며 달려온 피로를 덜어주는 것 같았다.

 

잠시 반가운 지인들과 담소를 끝내고

선유동계곡 초입을 지키고 있는 의신매표소로 향했다.

 

천년혼이 깃든 쌍계녹차라 했던가 화개동천을 따라 양떼무리 처럼

가파른 사면에 듬성듬성 보이는 茶밭이 일년농사를 마무리 했는지 누런색을 띄웠다.

 

두 주일전 이곳을 지날때 보다 불어난 계류가 고성을 질러대

창백히 식어 고요할 아침적막을 사정없이 깨트리고 있었지만

오히려 내겐 힘차고 강렬한 비트(beat)로 들려 즐거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매포소 뒤를 돌아 대나무로 엮어만든 출입문을 통과하여

선유동계곡과 마주하였다.

 

피안(彼岸)의 세계요 선계()의 경지라 일컫는 지리산

한없이 깊고 너른 품은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오랜세월 속세와 단절된채 숱한 상상과 동경의 세상으로 변했고

인간으로서 감히 범 할 수 없는 영산으로 추앙받게 된 건 아닌지..  

 

지리산이 간직한 신선설(神仙說)과 이상향()도 여기에서 기인된다고 보며

특히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화개동천과 삼신봉은 영산의 중심이 되었고

이 두곳을 잇는 선유동천은 지리산이 간직한 숱한 전설의 모태가 된 곳이다.

 

냉기가 감도는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지리 여느계곡과 마찬가지로 선유동계곡 또한

풍족한 수량이 반석과 유석사이를 헤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켰다.

 

그리 이색적인 풍광은 눈에 띄지 않았고

그럼에도 뭔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두어번 굽이친 계곡을 오르니 거대한 반석위를 흐르는 하얀 물줄기가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나도 모르게 목젖을 넘어온 소리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오! 백발의 신선이다"

4단의 와폭형태로 반석을 핥는 계류가 가느랗게 갈라지는게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신선의 백발처럼 보였다.

 

"그럼 그렇치 신선이 노닐던 선유동계곡 인디"

 

좌우로 비틀어 오르는 계곡은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은채

숨겨논 비경을 하나씩 보여주며 조급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좌측 사면으론 등로와 함께 마을터가 자주 보였다

사람이 떠난 집터는 잡목과 대나무가 차지하였고

손길 미치지 않은 배나무가 좁쌀만한 열매를 매단채 쓸쓸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가슴을 후비고 감성의 한계를 시험하는 격량의 풍광이 펼쳐지기 직전

 동행한 지인이 이끼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청류에 몸을 던졌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바로 이곳이 선유동의 진경이란 말인가"

 

실로 이처럼 수려한 비경은 처음 대하는 기분이었다

신선의 자태처럼 품위있고 우아한 광경이었다.

 

물에빠진 지인이 차림을 다시하는 동안

죄송하게도 오래도록 난 그곳에 머물수 있는 기쁨을 누렸다.

 

이제 골은 점점 좁혀져 갔고 계속된 비경은 그칠줄 모르고 이어졌으나

너무 많이 허비한 시간때문에 좌측 사면을 따라야 했다.

 

사면길은 잘 닦여져 있었다 아마도 고로쇠 채취때문에 그러한듯 보였다

너댓번 마을터를 지나고 사면 지류를 건너 나가는데

자꾸만 괄괄 거리는 계류가 내려오라고 손짓을 보내니

더 이상 사면길을 고집할 수 없었다.

 

재차 계곡산행에 들어서는 순간 시퍼런 물이 날 삼키고 말았다

목까지 잠긴 몸을 허우적거리며 정신이 없는데도 카메라는 머리위로 치켜올렸다.

이를 지켜보던 아내가 쓴소리를 뱉어냈다

"자기 목숨보다 카메라가 소중혀"

그러면서도 카메라를 먼저 받아 어깨에 거는 아내를 물속에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어번 분기하는 길목에서 어렴풋이 길을 찾았고

낙엽송 숲길을 지나쳐 잠시 헤어졌던 본류를 건너게 되지만

길은 이내 시들어지며 꾸준히 따르던 지리산동우회 표지기 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우측 본류를 계속 따르며 놓친 길을 찾아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고도를 보니 300여미터만 높히면 능선일것 같아

좌측 지계곡 사면을 치고 오르기로 하였다.

 

이끼류와 관엽류가 혼재된 계곡 상류

수정처럼 맑고 얼음보다 시원한 지리산 깊은 숲속의 물은 언제나 꿀맛이었다.

 

가시덤불과 암봉을 피해 힘겨운 오름이 시작되었다

좌 우측으로 짧은 지능이 보였으나 너덜 마른계곡을 곁에두고 길을 만들어 나갔다.

 

예상했던 고도를 지나쳐 오름은 계속되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거야"

산죽 헤치며 겨우 올라선 길은 쇠통바위 방향 청학봉 직전 지점이었다.

 

남부능선상에서 선유동계곡 초입길 확인을 마치고

지근거리에 있는 꼭지바위 옆 반석암봉에서 단촐한 점심을 끝낸후

지루한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상불재에서 내원계곡으로 내려설까 망설였으나 동행한 지인들이

불일폭포를 보지 않아 선택의 여지없이 쌍계사 방향으로 몸들 틀었다.

 

며칠 또는 몇달을 기다려 스며드는 지리산 깊은 품속

누가 뭐래도 그곳에 가면 나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기에

덧없이 흐르는 인생살이 이보다 더 큰 희열이 있을 것인가

 

무엇이 내게 더 필요하리오     

 

< 선유동계곡 초입 >


 


 


  


 

< 백발 휘날리는 신선의 모습같은 와폭 >


  


 


  


 


 


  


 


  


  


 


  


  


 

 

 

< 선유동 계곡의 진경인 무명폭 전경 >


 < 상단의 무명폭 >


  


  


  


  


  


 


  


 < 성재봉과 백운산정 >


 < 왕시루봉 >


 

< 하동 독바위 >


  

< 높이 60m, 너비 3m의 지리산 최대폭포인 불일폭포 전경 >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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