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퇴색되어 바래진 사진처럼
깊은 서랍속에 감추지 말고
그대의 따뜻한 품속에서 잠들기를
그대의 잊혀진 먼 기억속에서
나를 다시 한번 불러 주십시요.
내 마음은 한결같아
그대를 한없이 사랑하며 사는데
못내 가슴속에 나를 감추어 버린 그대는
내가 미워져 기억의 뒤편에 가두웠을 지라도
그대의 가슴에 타다 남은 불씨 하나로
나를 다시 한번 불러 주십시요.
못내 아쉬워 밤을 지세우며
슬피 우는 저 귀뚜라미도
아픈 기억하나 지우지 못해
새벽 찬 이슬 맞으며
나처럼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려
그대 앞에 운명처럼 다시 다가섭니다.
그대와의 인연이 닿지 않아
차마 부르지 못할 이름이라도
비 내리는 오늘같은 밤이 오거던
가슴속에 파 묻혀버린
그대와의 지난 기억들이 머문 자리에
나를 다시 한번 불러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