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예로부터 '사람의 산, 역사의 산' 으로 여겨진 지리산은 흔히 어머니의 산이라 불린다. 백여 리의 주능선과 15개의 지능선의 생김생김이 어머니의 넓은 푸과 같이 포근해서일 것이다. 높이 만큼이나 큰산으로 여겨지는 지리산 과 더불어두꺼비의 떼의 울음으로 왜구를 막았다는 전설로 '두꺼비 섬' 자를 붙여 이르지어진 섬진강의 오백리 물길은 지리산을 끼고 굽이쳐 흐른다. 굽이치는 물길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왕시루봉이 손꼽힌다.
노고단에서 구례군 토지면을 향해 뻗어내린 능선의 정점이다. 정상부가 펑퍼짐하고 두리뭉실하게 생겨 마치 큰 시루를 엎어놓은 것과 같다 하여 왕시루봉(1,243m)이라 이름지어졌다. 발 아래 섬진강이 흐르고 백운산과 마주보고 있어 수려한 경관은 비길 데 없이 좋다. 봄엔 철쭉이, 가을엔 정상부 초원이 온통 억새밭으로 변한다. 문수리의 문수사 못 미친 지점에 왕시루봉 가는 길 표지판이 있는데 차량을 여기에 세워두고 왕시루봉 정상까지는 2시간 30분 소요된다. 왕시루봉 정상에서 문바위등, 질등을 거쳐 노고단까지 산행이 가능하다.
왕시루봉 동쪽 아래에는 '한국 주재 선교사 수양관촌'이 있다. 애당초 노고단에 있던 외국인 별장촌이 6.25전란 때 폐허화되고 또 노고단이 번잡스러워지자 1957년경부터 이곳 왕시루봉 일대로 옮겨와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외국인 개인별장 10 여 채와 테니스 코트, 간이 풀장, 탁구장이 있는 교회건물, 창고 등이 있다.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1920년때쯤에 홍콩처럼 99년간의 조차계약을 맺어 노고단을 미국 호주 등 외국인 선교사들 하계별장지로 사용하기로 했는데 그 계약이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유효한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왕시루봉의 등산로는 일반인의 발길이 뜸하지만 길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산행의 나들목은 구례군 토지면 단산마을이다. 마을 왼쪽 끝까지 돌아서 북쪽의 언덕을 오르면 왕시루봉 능선으로 올라설 수 있는데 능선에서 물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마을을 떠나기 전 수통에 물을 채워야한다.
▶ 토지면 - 왕시루봉 - 노고단 토지면에서 왕시루봉으로 올라 노고단까지는 산행하는 데만 7시간 걸리는 긴 코스다. 왕시루봉에서 바라보는 섬진강과 노고단 종석대, 울울이 쳐진 능선 너머의 천왕봉을 가상하는 것 외에는 울창한 밀림이라 주변 산세를 즐기며 산행할 수 없어 다소 자루한 감도 있다. 하지만 지리산 주능선을 제외한 남부능선과 견줄만한 장쾌한 능선이 일품이며 중간중간 쉼터와 샘도 있어 산맛을 아는 알짜 산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토지면 - 왕시루봉 - 노고단코스는 왕시루봉만 올랐다 피아골이나 문수리로 하산할 수 있으며 문바우등 너머 질매재에서 피아골산장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아침 일찍 출발하면 하루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 토지 면을 들머리로 잡을 경우 새벽같이 출발해야 성삼재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노고단산장에서 1박을 해야 한다. 들머리는 토지면 소재지다. 예전엔 토지면 구산리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을 많이 이용했지만 들머리 찾기도 어렵고, 다소 지루한 감이 있어 지금은 토지면 소재지에서 곧장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을 많이 이용한다. 농협을 지나 왼쪽으로 백미터쯤 도로를 따라 가면 곧장 왕시루봉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은 길이 있다. 10분쯤 가면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20분쯤 가면 길 오른쪽에 '왕시루봉 등산로'라 적힌 바위가 있다. 처음 오르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팍팍한 다리를 두들기며 30분쯤 오르면 계곡은 순하게 변한다. 등산로 곳곳에 바위나 나무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 놓아 이정표 삼아 오르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1시간쯤 계곡을 이리저리 쫓아 오르면 구산리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난다. 두 길이 만나는 곳에서 50m 위에 묘지가 있고 묘지 왼쪽 10m 지점에 물맛 좋은 샘이 있다.
샘터에서 왕시루봉까지는 가파른 길은 아니지만 꾸준한 오름길이다. 30분쯤 오르면 왕시루봉과 섬진강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좋은 바위가 있다. 바위에서 10분쯤 오르다 봉우리를 왼쪽으로 가로질러 20분쯤 간 뒤 30분쯤 오르면 왕시루봉과 외국인별장 갈림길에 닿는다. 외국인별장은 1960년대에 만들어진 곳으로 예배당과 창고를 포함해 11동의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왕시루봉까지는 15분 걸린다. 왕시루봉에서 느진목재까지 내려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위험한 곳은 없지만 미끄러짐에 주의해야 한다. 40분이면 느진목재까지 내려설 수 있다. 이곳에서 피아골 내동리, 문수리 문수암으로 하산할 수 있다.
느진목재에서 30분쯤 가파른 비탈을 오르면 왼쫏 사면을 가로질러 문바우등으로 가게 된다. 사면을 가로질러 10분쯤가면 샘이 있다. 문바우등에서 질매재까지는 뚜렷한 굴곡이 없는 부드러운 능선이다. 가끔 조망이 트인 곳이 두군데 있지만 대부분 숲에 가려 주변을 볼 수 없다. 피아골쪽으로 비탈이 가팔라 우회로가 대부분 왼쪽으로 나 있다. 문바우등에서 질매재까지는 1시간 30분쯤 걸린다. 질매재에서 피아골산장까지는 가파른 비탈을 30분만 내려가면 되므로 시간에 쫓길 때 하산길로 이용하면 된다.
질매재에서 다시 오름길의 시작이다. 40분쯤 가파른 비탈을 차 오르면 능선은 다시 부드러워 진다. 20분쯤 더 가면 텐트 1동 칠만한 야영터가 있고, 왼쪽으로 작은 돌무더기와 고사목이 있다. 이곳에서 노고단산장으로 가는 길과 돼지령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갈림길에 표지기가 없어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갈림길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40분쯤 걸린다. 너덜지대로 가파르지는 않다.
▶ 왕시루봉 - 문바위등 - 질등 - 노고단 왕시루봉(1,243m)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일반적인 산행을 하려면 구레군 토지면 소재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버스정류장에서 농협 왼쪽의 포정도로를 따라 20분쯤 가면 구만교가 나오고 다리건너 정면 능선에 비포장도로가 보인다. 산중턱까지 이어진 이 길로 계속가다가 도로가 끝나는 지점 근처에서 뚜렷한 능선길을 탄다. 토지면 소재지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차량을 가지고 간다면 오미리에서 문수사로 들어가는 도로를 이용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들어가면 문수사 못미처 큰 커브에 '왕시루봉' 가는 길을 표시한 붉은색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 계곡으로 떨어져 숲 속의 뚜렷한 길을 따라 왕시루봉 정상으로 갈 수 있다. 문수사로 올라오는 도중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중대암을 뒤의 계곡으로 오르는 길도 있다. 어느곳이나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출발지점에서 왕시루봉까지 2시간에서 2시간30분 정도 소요. 왕시루봉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문바위등(1,198m),질등(1,145m)을 거쳐 노고단까지 산행을 이을 수 있다(5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