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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내에서 지저귀는 새(鳥鳴澗)
왕 유
人閒桂花落(인한계화락)하고, 사람 한적한데 계수나무 꽃은 떨어지고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이라. 밤은 고요하며 봄 산은 텅 비어있네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하여, 달 떠오르니 산새 놀라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이라. 간간이 봄 시내에서 지저귀는구나
삼도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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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왕유의 선시를 소개 한다. 이 시는 봄날 인적 드문 한적한 산 속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기구와 승구에서는 고요한 봄날 밤 계수나무 꽃이
떨어지는 한적한 봄 산의 정취를 잘 드러내고 있다. 전구에서는 고요하던 봄날 밤에 달이 떠오르자 갑자기 산새가 놀라 날아 오른다. 결구에서는
산새의 지저귐이 봄날 밤 시내에 간간이 울려 퍼진다고 읊조린다.
작자는
매우 텅빈 적막한 의경을 그린 다음, 봄날 산중의 시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로 정적을 깨는 잔잔한 움직임이 있다고 표현한다. 작자에게 있어 새의
지저귐은 실존하는 새소리이기보다 이념상의 새소리이다. 즉 이 시에 나타나고 있는 텅 빈 적막의 시경(詩境)은 작자의 마음속에 있는 고요한
적막이며, 늘 변화하는 현상의 뒤에 있는 본질을 관조하고 있는 작자의 선심(禪心)인 것이다.
불교는
유심주의(唯心主義) 철학이다. 사람이 감각기관으로 인식하는 현실세계는 허상(虛像)과 무상(無常)의 세계이기 때문에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에 일체 사물의 객관적 실재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 선종사상의 근본 전제가 된다. 세상의 일체 사물과 현상은 모두 공허(空虛)하고 실재하지
않는 부실(不實)한 것으로 외부세계의 일체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시에는 선가에서 흔히 말하는
정중동의 묘리(妙理)가 담겨 있다. 언어로 표현해낼 수 없는 한가하고 조용하면서도 그윽한 뜻인 이른바 ‘언외지의(言外之意)’의 멋을 한껏
풍긴다. 따라서 명대의 호응린(胡應麟)이란 사람은 이 시를 읽으면 "자신과 세계를 모두 잊어버리고, 만가지 생각이 모두 고요해진다”고 하면서
선(禪)의 경지에 든 작품으로 평가하였다.
왕유는
일생 동안 벼슬살이와 은거를 되풀이하면서 산수시를 지었다. 성당시대(盛唐時代) 때는 은일의 풍조가 유행했는데, 은일의 동기는 첫째는,
출사(出仕)를 위한 은일이다. 둘째는, 관직생활을 하면서 겪는 좌절과 실의로 인한 은거이다. 미관말직의 벼슬에서 회의를 느끼거나
이상과 다른 현실적 갈등으로 인한 은퇴로 은거 하였다. 왕유 또한 관직생활과 은거를 되풀이 하다 산림자연에 은거하면서 불가적 관점에서 이와 같은
선시를 창작해 내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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