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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

☞옛날·풍속·풍물/한국의 고인돌

by 산과벗 2006. 4. 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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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사회자가 물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잘 사는 방법이 무어라고 생각을 하냐고.
글쎄…….
원 없이 사랑하는 거
이름 석 자 남기는 거
돈 많이 벌어 후손에게 주고 가는 거
..........................................................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진작 사회자의 물음에 만족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았나보다.
자꾸 더 묻지만 그럴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어쩔 수 없이 사회자가 답을 이야기 하는데
죽음.
죽음이라 했다.
가장 잘 죽는 사람이 가장 잘 살았다고 자부해야 한다고.























이 아침에 난 왜 평소에도 하기 싫은 생각을
떠 올리는 걸까.
신정 연휴에 다녀온 고창.
선운사 가는 길에 들렸는데
정말 고인돌이 장난이 아니게 많았다.
우리 동네 조남리 지석묘를
자랑삼아 눈에 넣고 다녔는데
조남리 지석묘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고인돌 무더기.



시신을 매장하는 방법에 따라
북방식과 남방식, 혹은 개석식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어서 더 이상은 잘 모르겠다.
고창의 고인돌과 조남리의 고인돌은 북방식이다.
밑에 매장을 하고 다시 돌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고인돌을 얹는다.
고인돌 위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나도 좋은 만큼
널찍한데, 청동기시대의 문화유산이라 하니.
그 시절에 어찌 저리 무거운 돌을 옮겼을까 하는 의문.


















자료를 보면 부족의 족장정도 되는 사람이 죽으면
이웃 부족의 사람들까지 다 와서
장사를 치렀다고 한다. 아주 굵은 동아줄, 굵기가 비슷한 통나무.
지렛대를 이용해 거석에 동아줄을 묶고,
조금씩 통나무 위에 걸치듯 올리고,
풍악과 응원과 구령에 맞춰 조금씩 산만한 돌을
움직였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많았다. 고창에는.
군락이 대여섯 개 되었는데
무더기무더기 흰줄을 쳐 좋았다.
마을 입구에도 있고, 자료를 찾다보니
일반 주민의 집에도 턱허니 고인돌이 있단다.


















예전에 조남리 지석묘를 공부하러 갔는데
그 강사님의 우스개 소리.
논 한 복판에 있는 지석묘 위에서
새참도 내다 먹고, 빨래도 널면 잘 마르고,
낮잠을 한 숨 자면 따뜻한 것이 그리 좋아
동네 할머니들이 애용하던 바위 였다고,
요즘은 지석묘라는 것이 밝혀져
시에서 관리를 하니 그러지 않지만.
정말 동네 분들에게 살가운 바위였겠다.



죽으면 끝인데 왜 잘 죽기 위해
이 세상 참되게 살아야 할까 싶지만
그 사회자의 말이 그르지는 않았다.
이름 석 자도 좋고, 사랑도 좋지만
태어 날 때
무상무념의 백지로 축복을 받았으니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빈 손, 무상무념의 모습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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