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월출산 억새/전남 영암

☞여행·가볼만한 곳/국내·단풍.억새

by 산과벗 2007. 2. 28. 15:26

본문

월출산

하늘이 요동쳤다. 먹장구름은 산을 찍어눌렀다. 아예 땅바닥까지 내려앉힐 기세였다. 그렇게 이틀 낮과 밤이 흘렀다. 그런데도 새 날이 밝아오자 산봉은 두텁고 무거운 먹구름도 거센 바람도 밀쳐내며 서서히 일어났다. 그리곤 수많은 암봉이 솟구치면서 거대한 바위꽃을 피웠다. 월출산(月出山·809m)이었다.

 
산 안으로 파고들자마자 잠시 숲에 모습을 감췄던 기암 괴봉들이 벌떡 일어난다. 한발씩 다가서는 사이 기암과 바위절벽은 더욱 위압적으로 변해갔으나, 산 아래는 달랐다.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녘, 그 들녘에 박혀 있는 야트막한 산봉들, 그리고 산그림자 걸린 저수지… 모든게 정겹다.
철계단길 따르고, 가파른 산길 차오르자 이번에는 허공에 다리가 나타난다. 승천교, 구름다리였다. 한 사람 겨우 빠져나갈 현수교에 올라서는 순간 광풍이 몰아친다. 하늘로 오르는 다리, 간담이 서늘하다. 땅의 인간이 신선들의 세계로 올라서는 게 쉬울 리 없다. 이번엔 또 뭔가, 숨을 고르고 보니 돌병풍 화폭 안에 들어서 있다. 장군봉에서 정상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은 장벽을 이루고, 그 앞에 신선골인 바람골을 깊이 파놓고 있었다.  

 
철다리를 건너고 철계단을 기어오르니 매봉(605.5m) 정상. 풍광은 또 다르다. 암봉들이 어깨를 맞댄 채 줄지어 솟구쳐 있고, 그 사이에는 신선골(바람골)이 깊이 파여 있다. 이제 영암읍뿐 아니라 나주시 그리고 영산강에 이르는 나주평야가 한눈에 든다.
사자봉(667m)과 703m봉 남쪽 사면길을 따르다 통천문을 거쳐 천황봉에 올라선다. 일망무제다. 호남 땅이 모두 발아래 납작 엎드려 있다. 그 주능선을 경계로 능선과 산봉은 좌우 대칭을 이루었다. 그러나 산봉의 모습은 동과 서가 달랐다. 동쪽은 커다란 암봉들이 산군을 이루며 웅장함을 과시한다면 서쪽 구정봉 일원은 크고 작은, 둥글고 넓적한 돌들이 위태위태하게 포개지고 기대어져 기묘한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래서 월출산을 기암 전시관이라 부르는가 보다. 

 
양손으로 바위꽃을 헤치며 걷고 또 걸었는데도, 뒤돌아서면 커다란 꽃봉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몽롱하게 걷다가 바람재와 구정봉 갈림목을 지나고 허릿길을 따르다 숲을 빠져나간다.
갑자기 천지가 눈부시도록 반짝였다. 미왕재 억새밭이었다. 정상은 이미 가을이다. 억새밭길을 걷는 사이 바람이 몰아쳤다. 이틀 동안 불어댔는데도 성이 차지 않는 것인가? 아니었다. 바람은 억새를 “사각~ 사각~” 소리내게 하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었다.

◆ 산행가이드
1988년 6월11일, 전국 20개 국립공원 중 마지막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높지도 않고 규모도 작아 어떤 코스든 대여섯 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등로는 능선종주 코스. 대개 천황지구에서 시작해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바람재~구정봉~억새밭(미왕재)~도갑사 방향으로 걷는다. 약 6시간.

승용차로 접근했을 때는 천황지구 원점회귀 산행이 적합하다. 산길은 천황사지 직전 두 가닥으로 나뉜다. 곧장 오르면 천황사지를 경유하는 구름다리 코스, 오른쪽 길은 바람폭과 광암터를 경유한다. 오른쪽 길로 정상인 천황봉에 오르는 게 힘이 덜 든다. 풍경 감상을 위해선 바람골 일원의 웅장한 암봉군을 바라보고 구름다리 코스를 등행로로 삼고, 바람골 코스를 하산길로 택한다. 약 4시간30분.

◆ 월출산 국립공원 이용료
●천황·경포대지구: 어른 16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300원. 도갑지구는 어른 3000원, 청소년 1300원, 어린이 700원.
●공원 내 천황·금릉경포대 지구 야영장:소형 3000원, 중형 4500원, 대형 6000원.
●공원 연락처:본소(천황지구·061-473-5210, 5112), 천황매표소(061-472-9201), 도갑분소(061-473-5111), 도갑매표소(061-471-5122), 경포대관리팀(061-432-7921).

◆ 대중교통
천황사와 도갑사는 영암, 경포대는 강진 성전에서 노선버스가 다닌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062-360-8114)에서 영암행은 10분 간격(04:30~22:00·1시간·5000원), 성전행은 15분 간격(04:30~22:00·1시간20분·6300원). 영암 시외버스공용정류장(061-473-3355)에서 천황사행 1일 5회(07:10·09:20·10:10·15:20·16:30·850원), 도갑사행은 2회(09:30·16:10·850원). 택시는 천황사 4000원, 도갑사 1만원. 성전 시외버스정류장(061-432-5900)에서 경포대(무위사 경유)행은 1일 6회(07:00·08:50·10:40·15:15·16:20·17:45·850원).
◆ 숙식
천황지구 바우식당(061-473-3784), 산악인의집(061-473-3778), 음식문화원(061-472-5559) 등 민박을 겸하는 식당 여럿. 월출산관광호텔(061-473-6311)을 이용하면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영암에는 갈낙탕, 낙지구이, 연포탕, 짱뚱어탕, 한정식 등 음식점이 여럿 있다. 영암군청 문화관광계(전화 061-470-2241, 2350). [월간 산]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