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살상의 웃음꽃 선한 마음의 고갱이
불가에서 쓰는 말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수희(隨喜)’입니다. 사전적 해석은 ‘다른 사람이 행한 선(善)을 수순(隨順)하여 기뻐하는 것’인데, 나는 ‘남의 기쁨을 내 것인 양 함께 기뻐하는 것’으로 새깁니다. 고약한 비유를 하지면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픈’ 심사의 대극점에 있는 마음이 바로 ‘수희’일 것입니다. 슬픔은 작은 동정심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지만, 기쁨을 함께하는 일은 그것보다 훨씬 큰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기쁨 함께하기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리 허물될 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슬픔 함께하기보다 더 힘이 들 수 있습니다.
월정사 보살상의 얼굴에서 나는 이기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선한 마음의 고갱이를 봅니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오려면 그 보살상이 탑을 우러러는 딱 그만큼 각도로 고개를 젖혀야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절묘하게도 보살상의 키가 180cm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그렇게 됩니다. 키가 큰 사람이라면 약간 무릎을 구부려야 하겠지요.
겉모습만으로도 월정사 보살상은 특이합니다.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공양을 드리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강릉 일대에만 보이는 양식인데,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국보 제124호)과 강릉시 내곡동 신복사지 석조보살좌상(보물 제84호)이 대표적입니다.
월정사 보살상은 약왕보살로도 불립니다. 부처님의 사리를 수습하여 팔만사천의 탑을 세우고 탑마다 보배로 장엄한 다음, 그 앞에서 칠만이천 세 동안 자신의 두 팔을 태우며 공양했다는 법화경의 약왕보살이 바로 이 보살입니다.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는 800여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과 상원사 적멸보궁만으로도 보배로운 절입니다. 특히 월정사가 깃든 오대산은 늘 5만의 진성(眞聖)이 머물고 있다는 불교의 성지입니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오대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도량인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천과 효명이라는 신라의 두 왕자가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에 올라 예를 드렸는데, 이때 동대(東臺)에는 1만의 관음, 남대에는 1만의 지장, 서대에는 1만의 대세지, 북대에는 석가여래를 앞세운 5백의 아라한, 중대에는 1만의 문수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다섯 대에는 암자가 자리하고 있는데, 동대 관음암·서대 수정암·남대 지장암·북대 미륵암·중대 사자암(적멸보궁을 돌보는 암자)이 그것입니다. 어쩌면 오대산의 울창한 수림과 깊은 계곡이 곧 5만 진성(眞聖)의 현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월정사의 얼굴격인 금강문. 눈을 덮은 나무들의 산사의 기운을 시리게 한다.
자장 스님이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산문을 연 월정사는 이후 여러 차례 불에 타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6·25때는 팔각구층석탑과 그 앞의 보살상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탔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만큼은 한 번도 탄 적이 없습니다. 오대산 아니 자연 그 자체를 성인의 현신으로 섬기는 그 정신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보살의 정신이기도 할 것입니다.
월정사 보살상의 그 선한 얼굴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참으로 닮고 싶은 얼굴입니다.
[글 윤제학 현대불교신문 논설위원. 사진 조선일보 정정현 차장]
이용요금
[입장료 + 문화재관람료(월정사, 상원사)]
개인- 어른 3,400원, 군인ㆍ학생 1,300원, 어린이 700원
단체- 어른 3,200원, 군인ㆍ학생 1,100원, 어린이 550원
[주차요금] 승용 소형 - 2,000원. 승용 대형 - 4,000원. 대형 차량 - 6,000원
도로안내
영동고속도로 -> 진부 IC -> 6번 국도 -> 4km -> 월정 3거리 (월정주유소) -> 좌회전 -> 4km 북상 -> 간평교 -> 삼거리 -> 좌회전 -> 4km -> 월정사 앞 주차장 -> 8.3km 북상 -> 상원사 앞 주차장
주요문화재
1) 월정사 8각9층석탑(국보 제48호)
2)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
주변명소 : 용평스키장, 방아다리약수, 휘닉스파크, 경포도립공원
정보문의 : 월정사 (033-332-6664/5).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