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꽃바다를 이루는 봄엔 절집도 꽃대궐이 된다. 늙은 절집 지붕 위로 매화며 벚꽃이 점점이 떨어지고, 흙마당엔 연산홍이며 철쭉이 한가득 피어난다.
봄은 무채색의 절집에 색깔을 불어넣어, 절집 풍경의 절정을 완성시킨다. 선운사 동백이 그렇고, 개심사 벚꽃이 그렇고, 선암사 매화가 또 그렇다. 그 절, 하면 꽃 먼저 떠오르는 절집들이 있다.
선암사 늙은 매화
전남 승주 선암사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늙은 매화나무가 있다. 고매(古梅), 또는 절 이름을 붙여 선암매(仙巖梅)라고 부르는 이 나무의 나이는 600살이 넘는다. 수령 수백년의 고매야 전국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지만 선암사 매화나무만큼 건강한 나무는 없다.
세월만큼 비틀리고 굽은 가지에선 매년 3월중순이면 어김없이 꽃이 핀다. 대웅전 지나 원통전 돌아 ‘호남제일선원’ 문 앞. 큼직한 나무가 혼자 떨어져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오른편 무우전 담장을 따라 늘어선 10여그루 매화나무도 수령 200년은 족히 넘는다.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핀다.
올 봄엔 이달 20일쯤 피기 시작해 4월 초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선암사는 꽃이 많은 절. 매화에 이어 목련, 연산홍, 자산홍, 벚꽃, 철쭉, 나무수국이 줄줄이 피어나고, 바닥에는 붓꽃, 금낭화, 냉이꽃, 꽃다지, 민들레가 만발해 4월말쯤엔 절집이 아예 꽃밭이 된다. 선암사 (061)754-5247
선운사 동백
전남 고창 선운사로 동백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시인 서정주의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선운사 동구)를 중얼거린다.
남쪽의 동백이 뚝뚝 떨어지는 3월말에도 선운사 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않는’다. 4월 초 피기 시작해 5월 중순까지 꽃이 이어진다. ‘겨울(冬)백’이 아니라 ‘봄(春)백’에 가깝다. 천연기념물(184호)로 지정된 것도 동백의 북방한계선에 있기 때문.
수령 500여년. 조선 성종 때 조성한 인공림이다. 절 뒤 5,000여평의 산등성이에 3,000여그루가 자란다. 이중 270여그루가 지난해 12월 호남 폭설로 내려앉거나 가지가 부러졌다. 동백철엔 벚꽃과 진달래도 더불어 핀다. 선운사 (063)561-1422
송광사 벚꽃
전북 완주 송광사는 지역 사람들에겐 소문난 벚꽃 명소다. 절 입구 왕복 2차선 도로 2㎞가 벚꽃 터널을 이룬다. 꽃터널을 지나 일주문 앞에도 아름드리 벚나무가 있고, 경내에도 벚나무가 몇 그루 보인다. 송광사는 최근 손을 본 흔적이 많아 아쉽지만 작고 아담한 절집.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땐 불상들이 땀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벚꽃은 4월 초 피기 시작해 중순 이후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벚꽃 절정기엔 상가번영회에서 음식 난장 형식으로 축제를 연다. 송광사 (063)243-8091
개심사 청벚꽃
충남 서산 개심사 벚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핀다. 다른 지역보다 10일 정도 늦다. 4월20일 무렵 피기 시작해 석가탄신일(5월5일) 즈음해 절정을 이룬다.
벚나무 10여그루가 작은 절집을 가득 감싼다. 붉은 빛이 덜한 벚꽃은 청벚꽃. 꽃심이 청포도 같은 연한 녹색이어서 꽃이 푸르스름해 보인다. 모르고 보면 꽃이 병든 것처럼도 보이지만, 청벚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심사에만 있다.
붉은 꽃도 겹벚꽃이어서 꽃이 큼직하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개심사를 일러 “봄철 벚꽃이 대단하다”면서도 “종루 한쪽에 서 있는 늠름한 늙은 매화의 기품을 벚꽃은 감히 넘보지 못한다”고 쓰기도 했다. 개심사 (041)68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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