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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이질하는 여인의 노래

☞고사·한시·속담/시조·한시

by 산과벗 2006. 4. 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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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이질하는 여인의 노래

휘영청 밝은 달이 하늘 높이 떠
기나긴 가을밤을 비추고 있네
서글픈 바람 서북에서 불어오고
귀뚜라미는 내 침상에서 우는고야
임은 저 멀리 싸움터로 가시고
나 홀로 빈 방만 지키고 있네
빈 방이야 한스러울 것 없다만
겨울옷 없는 임생각 안타까워라

皎皎天上月
照此秋夜長
悲風西北來
蟋蟀鳴我牀
君子遠行役
賤妾守空房
空房不足恨
感子寒無裳

저 하늘에 휘영청 밝은 저 달아
님 계신 곳일랑 비추지 말아다오
갑옷 입고 칼 찬 채 부대끼자면
성긴 그 베옷 얼마나 차갑겠니
임이 맨 처음 떠난다 할 때엔
돌아올 길 어렵다 생각이나 했을까
배회하며 서쪽만 바라보며는
이렇듯 애간장이 녹아 내리네

皎皎天上月
休照玉門關
金戈相磨戛
中夜絺綌寒
良人昔告別
豈謂歸路難
徘徊一西望
令我摧心肝

저 하늘에 휘영청 달이 밝더니
한밤에 내 방을 비쳐 주노라
이슬이 다듬이돌을 적시는만큼
방망이 소리에 슬픔이 뭍어나누나
오늘밤 이 수고를 사양할리 없지만
가신 님 어느 때나 돌아오실까
시름겨워 잠들지 못할 때면
구름 타고 훨훨 날아가고파

天上月皎皎
中宵入羅帷
白露裛淸碪
音響有餘悲
敢辭今夕勞
游子何時歸
沈憂不能寐
焉得凌雲飛

손수 짠 비단을 다듬고 다듬어
눈 같이 흰 옷을 지었습니다
정성껏 싸서 변방으로 보내려니
흐느껴 우는 눈물 피가 됩니다
여자가 한번 시집을 가고 나면
한 평생을 그대로 살아야 한다
어이하여 내 팔짜 기박하게도
긴 세월 님을 두고 이별이런가

擣擣閨中練
裁縫如霜雪
緘題寄邊庭
中有淚成血
婦人得所歸
終始惟一節
云胡妾薄命
與君長相別

구름 속에 날아가는 저 기러기야
무슨 설움 있다고 슬피 우느냐
네가 나라면 편지 한 장 없겠니
부치려다 또 다시 망서려본다
바라노니 나랏일에 노력하시고
내 생각은 말라고 전하여다오
님께서 충성을 다하신다면
이 몸도 규중에서 몸 바치리다

嗈嗈雲間雁
飛鳴亦何哀
豈無一書札
欲寄復徘徊
願言各努力
賤妾不足懷
君亮執精忠
妾當死中閨


◎ 저자 : 설   손
◎ 역자 : 조동영
◎ 출전 : 동문선(東文選) 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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