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동은 마을 앞에 있는 '생바위'가 네 개의 산줄기와 네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명당자리라 전하는 곳이다. 네 귀퉁이가 만난다 하여 사이동(四耳洞), 즉 네 귀퉁이가 변해 너구동이란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이 마을은 임진왜란 때는 의병들의 은거지였고, 일제 때는 목탄 생산하는 이들의 주거지였다 한다. 이후 70년대까지만 해도 50여 가구나 살았던 큰 부락이었으나 이제는 열 가구 정도, 그것도 병약한 노인들만 남아 있는 마을로 퇴색하고 말았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 겨울이면 이곳을 떠났다 따스한 봄이 되어야 돌아온다고 한다. 눈에 덮여 있을 때 내원동에서 바라보면 아침에는 은빛, 저녁에는 노을빛에 금빛으로 빛난다 하여 금은광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너구동 기점 산행은 주왕산을 잘 아는 등산인들이 나선다. 아무래도 주왕산 풍광의 압권은 외주왕, 즉 대전사 안쪽 주방천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즈넉한 주왕산을 맛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너구동 기점 코스를 권한다. 너구동으로 진입하려면 일단 월외리 달기마을까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약 5km 걸어 들어가야 한다. 청송읍에서 택시(약 10,000원)를 이용하면 너구동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너구동 마을을 벗어나면 골짜기가 세 가닥으로 나뉜다. 여기서 맨 오른쪽 골짜기로 들어선 다음 다리를 건너면 골짜기 왼쪽으로 제법 넓은 길이 중턱 외딴집까지 이어진다. 외딴집을 지나 계류를 건너 지능선을 타고 오르면 금은광이 북서릉위로 울라서고, 이후 산길은 산허리를 타고 금은광이 사거리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너구동에서 1시간30분 거리.
금은광이 사거리에서 능선 너머 길로 내려서면 내원동 아래 계곡으로 내려서고, 왼쪽 능선길(북동쪽)을 따르면 금은광이와 먹구등, 명동재를 거쳐 느지미재로 떨어진다. 잡목이 무성하게 덮여 있으나 굴곡은 심하지 않은 능선길이다. 약 3시간 30분 소요.
장군봉으로 가려면 금은광이 사거리에서 오른쪽 능선(남서쪽)을 따른다. 성재를 지나면서 능선길은 급격히 내려섰다 월미기에서 다시 솟구쳐 장군봉 능선으로 이어진다. 장군봉 능선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지점에서 두 가닥으로 나뉜다.오른쪽 능선은 혈암쪽으로 이어지고, 왼쪽 능선은 장군봉을 거쳐 광암사로 내려선다. 금은광이 사거리에서 2시간 정도 소요. 광암사로 내려서기 전 급경사 바윗길과 홈통바위 구간이 나온다. 노약자들에게는 위험한 구간이지만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광암사에서 기암을 오르려면 부암골 산길을 따라 월미기쪽으로 100여m 오르다 오른쪽 계곡쪽으로 나 있는 샛길로 내려선다. 계곡 건너편 마른 골짜기를 좇다보면 바위 구간이 두 차례 나타난다. 첫번째 벽은골짜기 왼쪽 벽(약 15m 높이)으로 오른다. 바위가 밟고 잡기 좋게 계단식 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벽을 올라서면 바위손으로 덮여 있는 거대한 벽이 펼쳐진다. 이 구간은 가장 안전한 쪽으로 오르다 상단부 소나무 군락에서 오른쪽으로 트래버스, 기암 북쪽 안부 아래쪽의 흙사면으로 진입한다. 트래버스 구간은 가능한 한 자일로 확보한 상태로 통과하는 것이 안전하다. 안부에 올라선 다음 기암 정상까지도 암벽 구간으로 홀드와 스탠스가 좋기는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자일로 확보한 상태로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사실 앞에서 설명한 기암 오름길은 암벽등반 경험이 많은 사람이거나 안내자를 동행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오르기 힘들다.따라서 이 길보다 대전사 뒤 주방천의 '아들바위'에서 사면길을 따라 기암 북쪽 안부로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금은광이 사거리는 내원동 못미처 계곡에서 오를 수도 있다. 주방천 상류 제2폭포와 제3폭포 갈림점에서 왼쪽(제3폭포 방향) 길을 따르다 폭포 위로 올라서면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산사면으로 이어진 길이 금은광이 사거리 길이다. 세밭골을 따라 이어지는 이 산길은 다리에서 금은광이 사거리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대전사 기점의 이 코스는 주방천 탐승과 능선 산행, 그리고 장군봉 일원에서의 주왕산 조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대전사에서 백련암을 거쳐 부암골을 타고 월미기에 오른 다음 장군봉을 거쳐 다시 백련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2시간 안팎의 짧은 코스지만, 주왕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할 만하다.